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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08. 2022

글에 온도

소중한 당신

 나는 글에도 온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글은 읽다 보면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따스한 글이 있고, 어떤 글은 머리만으로도 이해가 되는 차가운 글이 있더라.


따스한 글은 단어 하나하나가 머리에서 되뇌어 읽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어딘가로 내려가 대뜸 어떤 느낌으로 치환되어 다가오는 듯하다. 훅하고 들어오는 글쓴이에 마음은 글로써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이입되는 순간에는 어떤 몰입에 단계로 진입한다. 깜깜한 밤, 유일하게 밝은 곳 가로등이 켜진 벤치에 앉아 다시는 오지 않을 영겁에 시간이라도 만끽하려는 듯 나만에 시간은 느리기만 했다.


글쓴이는 말한다. 자신에 누추한 삶을 보여주지만  누추하지 않으며, 자신에 자랑을 늘여 놓지만 화려하지 않다. 자신에 가벼운 속내음을 담아내지만 절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에 감정이 마음으로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은 몽롱하기까지 하다. 모르긴 몰라도 감정을 주려는 사람도 글을 쓰면서 가슴이 뜨거워 짐을 느꼈을 것이다. 하나에 감정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가슴을 부여잡으며 써내려 갔었을 법한 그 글들, 그런 글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에 가슴도 뜨거워져야 하는 것 마냥 가슴을 부여잡으며 읽던 그 글들,,, 한 줄 한 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요즘은 이런 따스한 글을 찾아서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품고 살았던 차가움이 데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 누구도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과, 지금에서라도 찾아 다행인 듯 희열감이 동시에 공존하며 소름이란 게 돋더라. 공부를 하라고 해서 책을 외웠고, 책을 읽으라 해서 읽기만 했던 내가 너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이따금씩 하늘에서 생뚱맞게 쏟아지는 물줄기들, 치솟는 물가와 금리, 전쟁,,, 뭐하나 조용한 날이 없는 세상을 관전하고 있노라면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같이 미치지 않고서는 숨도 쉬기 힘든 세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따스한 글과 훈훈한 이야기 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더라. 마치 이런 글을 못 읽게 감추려는 것처럼 세상은 미친 듯이 우리를 재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심을 간파당한 세상은 뜨끔할지도 모르겠다.




커피와 얼음이 가득 찬 텀블러와, 은은한 조명, 따스한 책 그리고 따뜻하게 데워질 마음만 있다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지금도 밖은 미쳐가는지 생뚱맞게 비가 오고 천둥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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