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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18. 2022

인사는 인사로 받는 거다

소중한 당신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나는 마스크를 귀에 걸고 출근할 채비를 마친다. 그리고 익숙한 듯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면 정확하게 18층에 갔다가 14층인 우리 집으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초등학생이 탄다. 오늘도 나는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최고급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나 보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나는 잘도 보이는데 그 초등학생 녀석은 내가 보이지 않나 보다. 사람이 들어오는데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정확하게 정면만을 응시할 뿐이다. 인사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한번만이라도 쳐다라도 봤으면 싶다.


그리고 10층에 엘리베이터가 선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한 중년에 아저씨가 한 번씩 이 시간에 타신다. 나는 항상 인사를 먼저 건네는 편이라 밝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


뭘까? 인사에 대한 대답은 항상 네~라고 답을 한다. 나름 나에 패턴이 무너지지 않은 아침이라 기분 좋게 출근하는 길인데 갑자기 기분이 급 우울모드로 변한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어떻게 안녕하세요에 대한 대답을, 네~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냥 귀찮은 것일까? 아니면 무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렸을 적 인사하다가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아침부터 당해본 인사 보이스피싱에 기분이 나빴다.


사실 아침 인사 "네~" 사건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이미 수십 번 겪고 있지만 매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무시엔 무시가 답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인사조차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수없이 했었건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으레 인사부터 한다는 것은 반사신경에 영역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매번 그렇게 당하고도 네~라고 답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느라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냥 담에 만나면 나도 "안녕" 이렇게 해버릴까 싶은 반감마저 든다.


그리고 7층이 되면 나이가 70대쯤 되어 보이는 노부부가 어디 가게로 출근을 하시는지 항상 같은 복장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으시고 타신다. 그분은 항상 인사를 인사로 받아 주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초등학생은 역시나 정면을 응시하는 동공에 흔들림이 없다. 노부부 마저 나와 동일한 옷감으로 옷을 만들었음확신하게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인사 네~, 그분은 또 네~라고 대답을 한다. 엘리베이터 안은 이렇게나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이제는 별것 아니라는 듯한 공기로 채워진다. 오히려 어느 날 갑자기 인사를 제대로 하면 어쩌냐라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보곤 한다. 그냥 상황 자체가 재미있다.


인사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해지는, 그날에 있어 서로 간에 최소한에 예의라 생각한다. 서로 말을 함에 있어 목소리 톤을 맞춰 보기도 하고, 그날 그때에 기분을 언급해 주는 아주 소중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서로가 같은 공간, 시간에 놓여 있음을 인지라도 하는 듯 서로에 거리를 불러보는 행위가 나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인사는 인사로 받는 것이고, 인사는 말로 하는 것이다. 그게 이치고 진리고,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이다.


나는 그래도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노부부가 가장 마지막에 타 주셔서 말이다.


내일도 초등학생과 안녕 네~ 그 두 분을 생각하며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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