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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21. 2022

채워지는 삶, 채우는 삶

소중한 당신

 비단 하루 이틀 만에 느낌이 아닌 듯해서 몇 자 적어 본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옴에 있어 운이라는 것에 대한 존재를 믿었고, 꿈은 현실성이 없기에 꿈이라 말하고 헛된 희망으로 읽기도 했다. 삶이 내어주는 시련을 믿으며, 나이가 통증에 정도임을 실감하며, 지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시간이 주는 치유력을 기대하며 살았다. 이 또한 지나간다고, 고통은 잠깐이며, 지금 느끼는 이런 행복은 구운몽과도 같을 것이라며. 그렇게 어른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는 그랬다. 삶이라는 것이 무언가에 채워지는 느낌인 것으로 말이다. 흘러가는 대로, 방향 가는 대로 냅다 뛰다 보면 그냥 삶이 살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이런 과거에 생각들을 토해낸다고 해서 지금은 전혀 느끼지 않는 감정이라 하면 거짓말이라 할 테지. 세상에 모든 이치에는 맞다 틀리다. 좋다 나쁘다. 흑과 백 이런 이분법 적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흑이라는 것은 모든 색을 섞으면 나오는 색이고, 백이라는 것은 모든 빛을 합치면 나오는 색이듯, 흑백논리로 치부하는 색 조차도 이 세상에 모든 색과 빛을 다 가지고 있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아도 세상은 그저 모순덩어리일 뿐이다. 단지 모순으로 채워지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지에 대한 인식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완전한 확신은 있을 수 없다지만 나는 지금 삶에 대부분은 채우고 있는 중은 맞다. 아직까지도 삶이라는 것이 채워지는 것인지 채우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 것인지에 대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래를 대하는 나에 태도가 달라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운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운이 좋았다며 바보처럼 웃을 줄도 안다. 운이 좋은 척 사는 것에 대한 속내음을 눈치채 버린 나와, 들켜버린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정적 뒤에는 앎이라는 희열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앎이라는 인지 뒤에는 건방짐이라는 것이 따라오더라. 그래서 그냥 모른 척 지내고 있다.


지금에 나는 삶이라는 것을 나에 손으로 채우며 얼마만큼 찼고, 얼마만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감이라는 것이 생겼다. 땀과 시행착오, 수많은 실수 뒤에 오는 실패는 과정임을 알고, 필연에 결과는 성공임을 안다. 성공은 운으로 다가온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런 운이라는 것은 남이 보기에 마른하늘 벼락처럼 내려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우치게 되었을 때는 이미 나와 다른 이가 시 돋친 말로 서로를 할퀴고  이후였다.


지금까지 난 너무 잘해줬고, 너무 고생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고생한 나를 뒤로 하고 그렇지 않은 듯 애써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애써 알려줄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삶은 그냥 채워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투성이고,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이니깐.


이미 당신은 충분히 잘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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