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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l 24. 2022

시간이 옆으로 흐르는 순간

소중한 당신

어떤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옆으로 가는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더라. 글 속에 숨겨진 어떤 주문이라도 외웠던 것일까? 글쓴이에 생각이 터질 듯 넘쳐나며 나에게 고스란히 스며드는 기분 탓인 것일까? 나에 감정선은 자그맣게 열린 문틈 사이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새어나가 옆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모든 이에 시간이 정지된 채로 말이다.


글이라는 것은 시간에 흐름에서 쓰는 것이다. 미칠 듯이 사무치는 감정도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갈 뿐이다. 지금에 나와 10초 뒤에 내가 다르듯, 생각에 흐름에는 정지 버튼이 없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시간과 함께 포개어 고이 접을 수 있다. 백지에 생각을 늘여놓는 순간에는 다음 생각이 떠오른다. 잠시나마 붙잡아둔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단어 하나하나에 꾹꾹 눌러 담아 내려놓는 감정들이 모여 그때에 내 생각이 되고, 그런 생각이 모여 당시 나를 감싸안던 시간과 공간을 이룬다.


살다 보니 생소함이라는 감정이 점점 무뎌지는 것을 느낀다. 생소함을 간직하고자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고, 글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했더니 새로운 생소함이 생겨났다. 감정을 종이에 가두는 방법과 종이에 갇힌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테지, 색안경을 끼고 느끼는 세상 말이다.


시야 한가득 들어차는 감정과 연속해서 흐르는 의식에 흐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시간에 떨어져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간절함으로,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고픈 노력이 있다면 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

당신과 나에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

나에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글로 시작해 글로 끝난다


책을 읽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몇 자 휘갈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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