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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 그리고 바람
Aug 03. 2022
이번 주는 휴가가 시작되어 쉼이라는 것을 해보고 있다. 휴가 시작 전, 새로운 것과 새로운 곳을 가보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은 설레고, 벅차고 그러더라. 하지만 막상 휴가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파에 누워서는 내일, 내일 이러고 있다.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이 고작 이런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것일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심지어 내일모레도 의무가 없는 하루들에 향연은 꿈만 같이 느껴진다. 이런 의무가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한 번쯤은 모든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도 없는 곳에 나를 조용히 내려봤다. 잔잔한 물결 위에 떠다니는 낙엽처럼 어딘가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며, 제자리에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향하는 게 보이더라. 진정 낙엽을 움직이는 것은 울렁이는 물결도, 자신도 아닌 과거 어딘가에서부터 불어오던 따스한 바람이었다. 그렇게 바람은 낙엽을 어딘가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어렸을 적 진심으로 되고 싶었던 꿈속에 누군가에 모습이 지금에 나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있는 곳일 테지
나는 언제부턴가 꿈이라는 것을 꾸지 않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도 모를 경계점에서 허우적 대며 살았을 정도로 많은 꿈을 꾸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면 출근을 해야 했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눈을 떠야 했다. 수면 내시경을 위한 수면 마취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찰나에 순간은 잠이라는 것으로 싹둑 잘려 나갔다. 이렇게 살다 보니 꿈은 단지 가수면 상태에 현상일 뿐이고, 깊숙한 수면을 방해하는 피곤함을 유발하는 요소 정도로만 결론을 내리곤 했다. 꿈이란 것을 꾸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 누구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음을 말해준 적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읊어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만 하다. 한때는 어른이 되는 꿈을 그렇게나 꾸던 순수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되려 아이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철딱서니 없는 어른일 뿐이니 말이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임을 알고, 아이가 되고 싶다는 꿈은 꿈으로 끝날 것임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꿈은 꾸어야 한다.
어쩌면 나는 아직 아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더운 휴가날 조용히 집에 앉아 이것저것 떠올라서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