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집착

일기

by 눈 비 그리고 바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입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못해요

정직하다 못해, 직설적이고

고집스럽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죠.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없으면 또 보고 싶고.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몰라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 만큼

때로는 그 감정 자체가

삶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어 놓으면

서로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죠.


우리는 가끔씩 집착과 사랑을

혼동하는 것 같아요.

나는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데

상대의 입장에서는 집착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집착과 사랑은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에서 시작하는 것은 같지만,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집착은

나와 네가 모든 것이 같아야 한다는

시선을 내포하고 있어요.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감정의 일방통행 이자, 통보라 할 수 있죠.


사랑은

서로의 보폭을 인정하고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같은 곳을 걸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

서로의 존재가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

사랑은 이런 것이라 생각해요.


살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대신해서 내가 희생할 수도 있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집착은 얼씬도 할 수 없다는 것을요.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고 사랑한다면

조금만 떨어져 걸어보세요.

아무 말 없이 말이죠.


그렇게 같이 걷다 보면

서로에 보폭이 같아지고

서로에 속도가 같아지며

서로의 호흡이 같아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 살며시 손을 잡으면 되는 거예요.


지금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불안하지 않아요.

길 끝에 걸려있는 샛노란 노을이 가고 나면

어떤 추위와 어둠이 닥쳐올지 모르지만,

불안하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지 않아도

따뜻하게 잡은 두 손은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