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커피

기이함에 몸을 맡기는 곳

by 눈 비 그리고 바람

귀 끝에 통점이 원망스럽게 추운 날이다.

따뜻한 음료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문을 열기 무섭게 따스한 기운이 나를 밀쳤다. 놀란 마음에 문을 닫았다. 다시 열었다. 유리문 하나를 두고 펼쳐진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스크도 얼어붙는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카페 내부는 열기로 가득했다. 여기서 열기란 비단 공기만의 온도를 뜻하지 않았다.


친숙한데 무성의해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의 인사, "드르륵 탕탕" 커피 가는 소리, 보리차인지 커피향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구수한 냄새, 노트북만 응시한 채 멈춰 선 사람들, 여기저기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대화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원래 놓여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낱낱이 보면 기이한 것들이 서로가 서로를 탐하며 돌아가는 모양새가 퍽 합리적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서로의 간극을 인정하듯 태연했고 이기적이었다.


나는 시골쥐처럼 서울쥐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리를 찾아다녔다. 창가 쪽 구석자리에 앉았다. 나도 저들처럼 집중하거나 열정적인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여기 있던 사람 마냥, 이런 여유를 커피 한 모금 삼키듯 빈번히 즐기는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자주 생각하곤 했다. 모나고 싶다는 생각과 둥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동시에 만족할 수 없을까 하며 말이다.


카페란 나에게 이런 곳이다. 모순을 극복하는 곳이자, 글감을 길어 올려주는 장소다. 진한 향기는 싫지만 커피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을 좋아하는 나. 시끄러운 것은 싫지만 분주한 이곳을 좋아하는 나. 남들이 나를 보는 것은 싫지만 남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 특별한 하루는 싫으면서도 특이한 하루를 좋아하는 나. 하루가 가진 변동 안에서 순응하지 않고 변화의 최대치를 감지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나를 카페로 이끈다.


옆 테이블에서 마우스 딸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써야 할 시간이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머금었다. 유영하던 각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힌다. 둔탁하면서도 새침데기 같은 소리가 났다. 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손님을 알리듯 쓰디쓴 아메리카노의 입장을 알리는 듯했다. 시원한 청량감이 몸을 일깨운다. 카페인이라는 것이 몸으로 스며들자 쓰고 싶다는 의지가 완강하다.


높은 층고를 가진 이층 까페의 통유리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부산하게 내리쬐는 햇빛 사이로 시선을 모았다. 토요일 늦은 오후가 주는 여유가 눈부시다.


이윽고 카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곳 열기에 눌린 듯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커피에 입술을 가져가며 처음부터 있었을 법한 여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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