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님 폭탄주 황금 비율로 한잔 말아드릴게요"
"한입에 먹기도 좋고 맛도 있어요."
오랜만에 직장 후임 둘과 술을 먹었다.
후임 중 한 명이 잔을 수거하며 던진 말이다. 소주와 맥주를 배합하고 계량하는 눈빛이 매섭다. 정말로 먹어보니 그렇다. 꿀꺽 꿀꺽이 아니라 한 호흡에 넘어가는 술. 소주와 맥주가 간결하게 섞이니 특유의 쌉싸름함이 무너지고 보드라운 술이 된다.
맥주는 시원한 청량감에 머금기는 좋지만 목 넘김이 따갑고, 소주의 쓴맛은 별로지만 목구멍에 털어 넣기 좋다. 이 두 가지를 레시피대로 배합하고 양만 줄였을 뿐인데 묘한 중독성에 머리를 갸웃한다. 들숨에 포개져 넘어가는 요망스러운 술, 날숨에 올라오는 취기가 감탄사를 몰고 온다.
"캬~~--"
공기 반 술 반의 조합이 남다르다. 한 모금에 먹을 수 있어 좋고, 알싸한 취기가 오르니 더 좋고, 만들어준 사람의 정성에 보답하니 더할 나위 없다. 술이 주는 선순환 같다.
한참을 마시며 즐기다 메모하는 나를 본다.
한 모금에 넘어가는 술이 맘에 들었던지 그런 글이 쓰고 싶다 한다. 한입에 호로록 넘어가는 글. 그런 글을 쓰는 나와, 그런 글을 읽어줄 누군가를 떠올린다. 절로 웃음이 인다. 호흡의 단위로 재단되는 글의 단정함 때문인가, 아니면 피에 스미는 알코올 때문인가. 왠지 모를 존재에 얼굴이 후끈거린다.
처음에 나는 나에게 필요한 글만 썼다.
독자는 모르겠고 당장에 무어라도 써야 하는 상황에만 집중했다. 그래야 숨이라도 쉴 수 있었으니. 삶에 맞닿아 해진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하루를 잡아채 너덜너덜한 부분을 통째로 끊어야 한다는 의무가 나를 글 쓰는 삶으로 이끌었다. 과음으로 토해내는 토사물 같은 말들만 하염없이 쏟아냈다. 그저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건조한 말로 산만하고 지루한 내 글을 옹호했다.
가끔 정성 들여 쓴 글에 등 두드려 주는 댓글을 본다. 몇 번이고 읽어보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이제는 안다. 진흙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칭찬이 담긴 댓글을 꺼내보는 일, 그런 댓글이 달릴 글을 꾹꾹 눌러 담으며 고통과 내통하고 감흥하는 일이 내일을 살아갈 연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상황과 생각을 황금 비율로 섞어 쓰는 일, 한 모금에 넘어갈 글로 개량해 생각을 따라내는 일, 그런 한입을 위해 악착같이 지워내고 골라내는 일이 폭탄글로 안내하는 지름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