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다 비슷하지 뭐

남들만큼 겪으며 쓰는 글

by 눈 비 그리고 바람

요즘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닌다.

방을 보고 채광을 봐야 하는데 사람 사는 모습에 계속 눈길이 간다. 아이는 몇 있으며 취미는 어떤 게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호기심에 콩깍지가 씌인 나를 본다.


소파 구석에 끼인 양말, 부엌에서 나는 찌개 냄새, 아이들이 먹다 남은 과자 봉지, 군데군데 쌓여있는 옷무덤까지. 지저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외모, 나이, 젠더는 다르지만 사는 모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집이 지저분해서 미안하다는 집주인의 말에 손사래 친다.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내가 별나게 살고 있지 않음을, 삶을 이어주는 선이 곡선일지언정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며 귓속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탄식이 들릴 때가 있다.

백지 앞에 아득하다는 말, 글밥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글쓰기가 힘들다 한다. 쓰기의 어려움과 창작의 고통을 유려한 문장으로 만나는 일만큼 매력적인 일은 없다. 모순 속에 피어난 진심에서 마음이 순해진다. 쓰기가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니, 나는 이런 글을 만나면 반갑다.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서로가 연결되는 상상을 한다. 쓰며 마주하는 고통에서 글을 넘어선 위안을 얻는다. 글의 결은 달라도 고통을 느끼고 극복하는 지점은 모두 비슷한 듯 보였다.


예전에 나는 책에 쓰인 미문이 마냥 좋았다.

밥 먹고 글만 쓰면 이 정도 쓰겠거니 했다. 이제는 그런 글에서 눈물을 본다. 쓰기의 고통을 정면으로 돌파한 흔적, 그곳에서 들리는 낮은 숨소리가 내 입을 통해서도 새어 나온다. 쓰기의 굴레에 눌려버린 그들, 그런 자신을 갈아 넣으며 써 내려간 문장에서 산출되는 글을 본다. 닮고 싶었다. 아무거나 써도 시가 되는 비법이 아니라, 통증을 삼키며 써 내려간 글의 단단함을 흠모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숙이는지 모르고 숙이는 존재에 탄복하고 그런 글에 감흥한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없다.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고단함의 종류와 빈도는 달라도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힘들지만 살아가는 행위 자체에서 존재의 고귀함을 보듯, 글쓰기도 마찬가지 같다. 유명한 작가, 베스트셀러 저자라고 해서 책상에만 앉으면 영감님이 찾아와 행복한 글쓰기를 약속하지 않더라. 부단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나아지면 글이 되고, 못해지면 폐기되기도 하는 것이 글이 가진 운명 같다.


쓰다 보면 써지는 게 글이다.

글 쓰는 거 별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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