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하늘 속 반짝임을 이제는 그 어떤 존재로써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을 본다. 오늘은 구름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미리 떠오를 별자리의 궤적을 살피며 초조해한다.
얼마 전 천체 망원경을 샀다. 무턱대고 산 것은 아니고 그전부터 하늘에 떠있는 반짝임에 대한 갈망은 있었다. 1년 전 이맘때쯤 일까? 코스모스란 책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책을 통해 칼세이건이라는 천문학자를 알게 되었고, 그가 살아생전 했던 고민과 상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건강의 이유로 생을 마감하면서도 고이 간직했던 하늘에 대한 그의 염원이 나에게라도 닿은 것일까? 나는 마치 그라도 된 듯 하늘에 끌렸다. 알 수 없는 의무감에 하늘을 올려다봤고, 본능적으로 검은 하늘에 뚫린 빛을 찾아다녔다.
그전에는 몰랐다.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무조건 달이 떠 있는 줄만 알았다. 목성의 위성이나 토성의 고리쯤은 높은 산 위에 지은 천문대에서 전봇대 같은 망원경이 있어야지만 볼 수 있는 영역인 줄 알았다. 모두 나의 무지에서 오는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달이라고 해서 밤만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존재가 아니었고, 목성, 토성 또한 대포 같은 망원경이 없이도 그 흐릿하면서도 꺼지지 않을 생존의 궤적을 관망할 수 있었으니까.
처음 그 반짝이는 목성을 천체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보다 밝게 빛나는 그 무언가. 나는 그것이 너무 밝아서 인공위성에서 뿜는 광원이라 생각했다. 망원경을 들이밀자 그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주 밝게 빛나는 콩알만 한 행성과 그의 주위를 돌고 있는 깨알 같은 4개의 위성이 보였다. 바로 목성이었다. 4개의 위성은 갈릴레오 위성이라고 하며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처럼 목성에는 달이 4개 떠 있는 것과 같다. 보름달 달빛만으로도 그 어스름에 환해지는데, 이런 달이 4개라니. 목성의 밤은 어떨지 상상해 봤다.
망원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였다. 그러자 목성 고유의 빛깔이 드러났다. 희미하게나마 적도를 중심으로 위아래 붉은 띠가 2개 보였다. 교과서나 티브에서만 보던 바로 그 목성이었다. 정말이지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스마트폰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눈으로 직접 봤을 때의 희열을 흉내조차 낼 수 없었으니까. 매번 같은 위치에 떠있는 것 같아도 망원경으로 보면 빠르게 시야를 이탈했다.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서일까? 계속 오른쪽 천장에 붙는 통에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듯 했다.
목성은 크다. 목성에다 지구를 채운다면 1300여 개가 들어간다.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목성이 축구공이라면 지구는 유리구슬과도 같다. 또한 지구 전체 표면적에 30%만이 육지고, 그 좁디좁은 육지 면적에 남한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0.07%라고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라는 존재는 정말 하찮고도 하찮은 존재 같다. 하도 하찮아서 웃음이 날 지경.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비한다면 나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라는 말이니까.
우리는 그 떠다니는 먼지 속에서 서로 힐난하고 손가락질한다. 서로 자기가 낫다며 남을 조소 하기도 하고, 자신은 남과 못하다며 비관하기도 한다. 단칸방에서 서로의 살림살이를 가늠하며 배가 아프고 말고를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참 우스웠다. 목성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목성이 우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부끄러웠다.
코스모스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내가 별자리를 찾아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삶이 고단해서 도피처로 생각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렇게라도 살아가는 이유가 저기 빛나는 별 어딘가를 보다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아무리 저어도 나아가지 않는다면 내가 사는 세상이 무척이나 광활하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