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지만 쓰질 못한다.
햇볕이 커튼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기를 쓰고 있다. 햇볕을 흠뻑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큼성큼 걸어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공기 중 부유하고 있던 먼지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훔치다 놀란 도둑처럼 아무것도 아닌 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순간 기침이 나왔다. 미물과도 같은 꿈틀거림이 내 콧구멍 속까지 번졌다고 생각하자 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이다.
콧등 아래 어딘가, 얕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아무리 콧등을 긁어도, 팔자주름과 콧구멍이 잘 보이게끔 찡그려봐도 가렵기는 마찬가지.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 억지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존재를 감각하면 분명 몸에는 반응이 생긴다.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말이다.
나는 문득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보이지 않지만 자기도 모르게 인지하고 따라 하게 만드는 사유의 야무짐, 촘촘하고 무수한 글을 통과한 후에라야 감각할 수 있는 무색무취의 감각이 돋아나는 글 말이다. 그 사소한 먼지들의 흩날림에서 진정 내가 쓰고 싶다는 욕망을 찾아낼 줄이야. 글을 몰랐다면 단지 환기로 끝내고 말았을 상황이었다.
이제 글 쓰는 일쯤이야 별 것 아닌 거 같다. 습관적으로 쓰다 보니 쓰는 행위 자체에는 거부감이 사라졌다. 쓰기에 대한 감각과 고통의 통점에도 굳은살이 두껍게 만져진다. 매일 써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고, 힘들어서 못쓰겠다며 창작의 고통 따위에 몸서리치지 않았으니까. 단지 무언가를 쓰더라도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쓰기 효과론이 고개를 든다.
일기 같은 글로는 세상에다 내 음성의 윤곽을 나타낼 수 없다. 그저 몇몇에게 보여줄 글 일 뿐. 속삭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진정 누군가에게 치유가 되고 도움이 되며 그 사람의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감흥의 글쓰기가 필요했다. 쓰기 다음으로 고민이 있다면 어떻게 써야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였다.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완독하고 다음글을 갈구하던 때가 있다. 글이 하도 잘 읽혀서 나의 독해력이 향상된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글이다. 또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옮겨 놓아 마냥 나를 꿰뚫어 벌거벗게 만드는 글일 수도 있다. 이 같은 글을 만나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마치 내가 가렵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긁어 주니 가려웠구나 하는 글 같았다.
이런 글을 읽으면 매일 그리고 조금씩 변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지금 내가 글을 쓰며 여기까지 온 것도 다른 누군가의 글에 감응해 벌어진 일이니까. 당장 글이라는 것을 써서 이 상황을 해결해야겠다가 아니라 나 스스로 지반에 씨앗을 뿌리게 했다. 독서의 양식이 근본이 되어 씨앗에 뿌리가 내리고 척박한 마음에 잭과 콩나물과 같은 하늘 다리가 놓아지는 거다. 그 씨앗이 무엇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어떤 힘으로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격동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감동은 자신 스스로에게 물음을 억지로라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 끄덕이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그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고통이 수반되지만 우리는 그 해답을 위해 기꺼이 인내한다. 실보다 득이 높으니까. 그 해답으로 말미암아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호수에 집채만 한 드라이아이스를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기준을 세울 수 없었다. 어떤 잣대를 가져와야 글이 되고 글이 될 수 없음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일까?
이 물음에는 아직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없듯, 어쩌면 글도 그와 비슷한 원리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유가 없으니 마냥 아무렇게나 쓰겠다는 말은 아니다. 매일 그리고 반복적인 쓰기를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멀고도 긴 여정에서 사소한 몇 가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엮고자 한다.
이렇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그 효능을 맡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는 빵부스러기 같은 글일지 몰라도 그 부스러기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