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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an 16. 2024

터무니없이 힘든 날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건가?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이런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인문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데, 왜 이런 존재론적 호기심이 손을 뻗치는지 이유를 몰랐다.


대답을 못하면 재미가 없다. 앎에 대한 열망은 금방 사그라들 줄 알았다. 삶에 눌려 납작해진 나를 본다.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은 곧 육체적인 고단함으로 이어졌다. 답 구하기가 피곤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눅이라도 든 걸까? 어두운 구석, 잔뜩 웅크리고 있는 그 무언가가 보인다. 누군지 알 것 같다.


시간을 먹고사는 망각회로에 기대어 보기도 했다. 자신의 좌표와 방향을 묻는 빈도만 잦아질 뿐이다. 답답했다. 자기 개발서만 뒤적였다. 몸에 좋다는 말은 다 가져와 머리맡에 붙이고 살았다. 


예전에는 눈만 뜨면 피곤함이 몰려와 나를 반겼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허망함이겠지. 가뜩이나 싱숭생숭한데, 새벽의 적막함까지 늘어져 나를 깨운다. 


웅장하고 고귀한 글귀만 골라 삼켰다. 빈속에 뭐라도 넣어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은 분명 다를 거라 기대한다. 어제의 노력이 오늘의 결과니까. 첫 술에 배부를 일 없겠지. 그렇지만 기대한다고 해서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뭐라도 꾸역꾸역 삼켰더니 살 것 같다.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때의 복받치는 감정 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할 수 있겠다는 의지가 조금씩 스민다. 그래 오늘도 힘내자. 하다 보면 하루 정도는 다 잘 풀리는 날이 오겠지. 


까짓 거 당장 결과가 나오면 어떻고 안나온들 어쩌랴. 상관없다. 당장에 내가 품고 있는 열망이 있고. 이뤄야 할 과업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푸근하다. 아무 계획도 없이 티브이와 소파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지금이 낫지 않은가. 그때는 내일이 온다는 사실조차 두려웠다. 지금은 최소한 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마음속에 있으니까.


쉬고 싶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힘들다고만 중얼인다. 이런 날은 아무리 쉬어도 힘들다. 피곤하지만 뭐라도 하면서 할 수 있다고 되뇌면 또 힘이 나기도 한다. 사는 거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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