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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13. 2022

중간만 하자는 제일 어려운 그 말(feat. 바다)

 어제는 남해 쪽 바닷가를 다녀왔다. 우리 딸은 바다를 좋아하지만 동해 바다는 예외로 둔다. 동해 바다 파도는 아주 거칠다. 소소하게 파도놀이나  즐기며 놀 수 있는 장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어른인 내가 봐도 웅장한 파도 소리와 비주얼은 겁먹기에 충분했다. 이런 사유로 딸은 남해를 좋아한다.


 우리 딸은 또 호수는 싫다고 한다. 정적인 느낌이 주는 호수는 너무 기복이 없다 보니 흥미가 떨어진다나 머래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해는 호수와 동해 바다가 가진 장점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물결은 호수처럼 너무 잔잔하지 않고, 동해 바다처럼 너무 강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딸이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파도놀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파도가 부서지며 밀려가면 작은 발자국을 만들며 따라가기도 했다가, 다시 밀려오는 파도에는 물길 속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 뒷걸음 질 치기를 반복한다. 좋아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귓불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적당한 곳에서 적당한 긴장감이 던져주는 행복은 절대 적당하지 않음을 알게 한다. 무엇을 하든 중간 정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많지도 적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에 있을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여러 번 시도하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한 도전이 더 나은 삶의 목표를 불식시킬 정도의 만족감을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절대 만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더 나은 삶은 있기 마련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 무엇이든 시도를 해보며 힘듦과 편함, 만족과 불만족 사이에 길을 찾는 행동이 있어야 진정 배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후회란 것은 시도가 있었기에 받는 보상이며, 만족이란 것은 또 다른 시도를 하며 후회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보험이며 용기일 뿐이다.




이른 새벽 무언가에 홀린 듯 혼자 바닷길을 혼자 걸어봤다. 해가 올라 올 법한 자리는 붉게 달궈져 있었고 적당한 파도를 품은 바다는 물안개가 깔려 있었다. 다채로운 색깔들이 파스텔톤을 뽐내며 서로 섞이기와 분리되기가 반복되는 듯 보였다. 딸아이가 한참을 머물며 밀고 당기기를 했던 장소 뒤편으로 지각이라도 한 듯 서둘러 빠져나가는 게으른 배들 몇 척이 안갯속으로 사라져 갔다.


지금 이 순간도 어찌 보면 밤과 낮 사이, 혼자와 함께 사이 존재하는 적당한 어디 부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런 순간을 위해 오늘도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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