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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22. 2022

나의 인간관계 예보는, 맑음?

 나는 주변 인관관계에 민감한 편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내 감정에 5할 이상은 관계라는 것에 소모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떤 술자리나 모임이 있으면 나는 필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필참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대를 받지 못했을 때면 괜한 시무룩에 하루가 불행하곤 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에 안도에 한숨을 쉬었다. 말했었으면 나를 어떻게 봤었을까? 괜스레 소름까지 돋는다.

매년 한 해를 시작하기 앞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주나 토정비결 같은 운세를 정독하는 일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운세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내 귀에 캔디가 어디에 있을지에만 몰두했다. 나는 이런 것을  믿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내심 기대는 하는 편이다. 특히 사탕발린 글에 대해서는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주나 이런 것을 보다 보면 비슷하게 하는 말이 있다. 항상 주변에 주목을 받는다거나 친구가 많이 생긴다거나, 돈이 들어온다는 것 말이다.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은 미신이라 생각하고 믿지도 않으면서 꼭 이런 말만 믿고 싶고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어쩌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본능이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쓴소리 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자신에게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아부성이 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가까이하게 되는 것처럼 밀아다.

모르긴 몰라도 나는 모임도, 친구도, 동료도 이런 말을 주로 하는 사람과 모임에 있고 싶은 욕망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중독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로 인해 뜸해진 맺음의 자리가 대참사를 불러왔다. 나만 빼고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런 착각이 단단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나도, 너도 그 사람도 빠진 의미 없는 술자리가 뭐 대단한 사실이라고 크게 다가왔던 것인지 모르겠다. 쓰나미처럼 몰려온 부정적인 감정이 서로 간에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간이기도 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서로 간에 오해와 불신으로 얼룩져 간단한 대화나 부탁도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나는 몇 날 며칠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정신과 마음이 쇠약해졌다.


지금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에 모임이나 술자리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관계 중독으로 말미암아 누렇게 변색된 감정의 골은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사실 나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알고 있다. 나는 단지 인간관계를 일기예보와도 같은 사주에만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년 해가 바뀌어도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사주에서 예보하는 관계 좋음만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걱정이 없었다.




지금은 당분간 관계에 대한 영업은 잠정 중단한 상태다. 더 이상 신규 고객을 영입하지 않으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내가 더 발전된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다. 개뿔 잘하는 것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자신을 찾지 않는 이유를 남에게 찾는 모습, 참 못났다.


지금에서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못 이뤘던 몇 년 전에 계획이나 들추면서 연습장에 끄적이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가 잘 왔다 싶었다. 관계에 대한 앓음을 거쳐보니 더 나이 먹고 할 짓은 아닌 듯하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 자연스레 관계가 따라온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앎에 대한 조각을 붙이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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