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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r 26. 2022

동화 속 주인공이 행복한 이유

 오늘도 그림이 없는 그림일기처럼 유치한 글이나 끄적이려 노트북을 켰다. 보통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라도 잊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숨까지 참아가며 급하게 노트북을 켜곤 했었는데 오늘은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적막한 야밤에 티브이만 무심하게 떠들어 댔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모든 생각을 다 정리한 상태에서 적는 것도 좋지만, 생각 없이 시작해서 순간 생각나는 내용만을 가지고 써 내려가는 연습부터 해 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고 쉽게 써내려 갈 수 있다고 한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내가  지금껏 시도해봤던 글쓰기 습관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쓴다는 게 잘못된 방법은 아니지만 습관으로 가지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글이라는 것은 자기주장이  부러지게 명확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지나 경험담이 그 중심을 정갈하게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글이고, 군더더기 없는 글만이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다 보니 항상 글쓰기 전에 준비 작업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처음 어떻게 운을 떼야할지도 막막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한 3 문장 쓰면 1시간이 그냥 갔고, 읽고 쓰고만 반복하다가 노트북을 접어 버리기가 일쑤였다. 유치한 글 몇 자 썼다고 금세 진이 빠졌다, 이대로 라면 글쓰기란 힐링을 위한 취미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이렇게 좋은 책을 읽게 된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의무적으로 가졌던 글쓰기의 부담감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런 글쓰기 방법을 삶에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어떤 목적이 있어서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단 태어났으니 삶에 목적을 연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목적이 생기고, 종국에는 꿈이 이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확신이 서는 것처럼 말이다.




동화 속에 끝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공주가 되거나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남은 여생을 한 문장으로 끝내는 무지막지함이 무지막지함이 아닐 수 있음을 실감한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한결같은 선함이 꾸준하다면 말이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시시한 글 장난이 이런 결말을 맺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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