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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21. 2022

호의와 호구 사이

 때로는 호의에 대한 결과가 호구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더라. 분명 상대를 향한 호의와 친절인데, 일방통행이라도 된 듯 애꿎은 감정만 나에게서 빠져나갈 뿐이다. 돌아오는 것은 없고 받는 것만이 의무이자, 관습인 양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는다. 배품에 의무를 요구하는 상대에 부탁은 날 호구로 만들기에 적당했다.

관계에 대한 시작은 작은 호의에서부터 시작한다. 굳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말과 미소, 작은 인사까지도 모두 호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호의를 의무로 생각해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많던 적든, 선임이든 후임이든 그 누구도 배품과 호의를 강요할 순 없고 종용할 권리는 없다. 무례함은 어쩌면 이런 권리를 강요함에 따라 따라오는 배설물 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거절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거절은 목구멍까지 차있는 감정이 어떤 이유에서 넘쳐흘러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용기가 있어야 발현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자신에 소중한 권리와 감정을 타인에 요구로부터 지키는 정당방위일 뿐이다.

때로는 거절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에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를 쪼잔함, 냉혈한으로 일축해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대는 정말 내가 쪼잔한 사람인가 생각하게 만들어 감정에 틈을 벌여 놓는다. 그리곤 그 자리에 죄책감이라는 것을 심어 무럭무럭 자라기기다린다. 언제든 다시 부탁할 기회를 엿보면서 말이다. 정말이지 이럴 때는 이 사람이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 지금껏 내가 쌓아온 다른 모든 이와 관계까지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감정에 일방통행을 요구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거리를 두자, 당신 주변에는 지금까지,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하나를 준다고 해서 그 이상을 바라지 말고 하나를 받았다고 해서 받은 만큼만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당신이 셈을 필요로 하는 곳은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인 것이지, 관계에서가 아니다.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신과 타인에 감정을 오롯이 느끼며 마음 가는 곳으로 향하면 된다.


어쩌면 호구가 된다는 것은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기 위한 필연에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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