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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28. 2022

옷을 입는 마음가짐

소중한 당신

 옷은 감정의 상태이자 가짐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겠다에 대한 의지이고 다짐이며 좌우명이다. 나를 위해 입혀지는 감정에 보호색이라고 할까,,, 나는 그날그날 처음 맞이하는 감정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부슬부슬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어두워진다. 기분이 잿빛으로 물들며 옷까지도 잿빛으로 변하는 듯하다. 흑백 속에 떠있는 구름마저도 동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그런 날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외로움, 우울함, 적막함, 슬픔마저도 웅덩이 속 쌓여가는 빗물처럼, 내 마음속에 고여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옷이 어둡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서일까?


가끔 하늘에 뚜껑이 없어진 듯한, 맑다 못해 눈이 아픈 그런 날이 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마저, 삶에 대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나를 위해 내려주는 한 모금 입김이라는 생각에 고맙기만 한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날 기분에 맞는 색상이 있다면, 분명 방정맞은 색상이거나, 자연스러운 꽃들에 맺혀 있는 색임이 틀림없다. 옷은 마찬가지로 그런 기분을 우연처럼 의무적으로 반영한다.


소중한 사람에 대한 마지막 가시는 길, 검은색으로 예우하기도 하며, 꽃길만 걷겠노라 살겠노라 외치던 한쌍에 대해서는 멀끔하게 차려입은 옷으로 축하를 건네기도 한다. 직장에서는 작업복을, 집에서는 세상 가장 편한 옷을 입으며 나 자신과 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언급한다.


이렇듯 옷이라는 것은 당신이 있어야 할 곳과, 가져야 할 감정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색으로 입어야 한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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