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May 29. 2022

노란색 블록 밟기 놀이

소중한 당신

"아빠~ 난 노란색만 밟으면서 집에 갈 거야~~"

"응~ 알겠어, 그런데 계속 그렇게 가다간 넘어질지도 몰라"

"괜찮아 아빠가 내 손 잡아 줄 거잖아~"


딸아이가 오른편에 서서는 잡은 손을 당기면서 노란색 벽돌만 밟으며 뒤로 늘어지고 있다. 아빠가 잡아줄 거란 말에 싫다고 말해야지 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았다.


"아빠가 힘들긴 하지만 당연히 잡아 줄 거야~ 잘 잡아 줄 테니 노란색만 밝고 가자~~"


순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상기된 얼굴을 보아하니 있는 힘껏 신이 나서는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나도 거의 끌려다니다시피 하다가도, 행여나 나 때문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싶어, 걸음걸이와 손동작을 최대한 크게 가져가야만 했다. 평소 걷는 것보다 두배, 세배 아니 백배 더 힘들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뛰고는, 어김없이 올려다보며 미소 짓는 아이에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힘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너에 곁에서, 항상 큰 키와, 보폭과, 팔 길이로 손을 잡아 주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손을 잡은 이 순간만큼은 너의 귀여움을 볼 수 있었고, 간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맞잡은 손을 놓아줄 용기는 나지 않는다. 네가 힘들어하는 것을 마냥 볼 수만 없기에 그런 것일까?


나는 알고 있다. 지금처럼, 언제나, 너의 손을 잡아 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때가 되면, 만약에 그런 때가 되면은, 지금 꼬옥 잡은 손을 나는 놓아주어야  한다. 너에게 있어 지금 아빠라는 존재는 신이라도 되는 것 마냥 절대적인 존재로 느껴지겠지만, 언젠가는 너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빠도 인간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런 것을 알게 될 때에는 나에 손을 놓아도 좋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나 힘들다. 언젠가는 놓아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별에 의무를 안고 이해하며 살아야 하며. 언젠가는 내 손을 잡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허전함에 의무를 미리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다시 그때가 오면,,,


만약에 그때가 오면 나에게 딸아이 존재가 크게만 느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그때는 꼭 잡은 두 손 절대 놓지 않으리,,,


작가의 이전글 옷을 입는 마음가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