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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04. 2022

주차하듯이 살아봅니다.

소중한 당신

 이제는 운전경력이 15년이 다되어 간다. 사고도 단 한번 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운전을 해도 주차는 항상 어렵더라. 주변에 서있는 차도, 자리도 항상 새롭기만 한 것이기 때문일까? 그냥 네모난 사각형 안에 차만 집어넣으면 되는 것인데, 괜히 다른 차들과 거리가 신경 쓰인다. 이런 이유로 나는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해야지만 겨우 내 자리에 안착할 수 있다. 주차장이라는 것은 이렇듯 수없이 많은 차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신이 내려도 될 만큼에 자리만 있으면 되는 곳이다.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고 살아온지는 이미 수십 년이 넘었다. 하지만 맺음에 있어서는 아직도 한 번에 제자리를 찾아갈 자신이 없다. 매번 다른 사람이라서, 다른 위치라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본인이 있어야 할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하고 맴돌기만 한다. 발 붙이고 일어서 내릴 자리만 있으면 될 뿐인데, 쉽게 문을 열지를 못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누군가가 이런 한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있을지 않을까 라는 괜한 걱정,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 옆 차와 가까워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 비싼 차 옆에 주차했다가 찍기라도 할 것 같다는 불안감, 다시 또 주차해야 한다는 귀찮음, 주차 하나 하는 것에도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소모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번에 주차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만히 있는 차는 박지 않는다.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나는 인생 한나절 중 반나절을 돌아가고 있는 시점에, 그 어렵다던 관계도 손에만 익으면 괜찮아지는 것인 줄 알았다. 잦은 접촉사고와 감정 뺑소니에 그 자리에 쓰러져 울면서도, 눈물을 훔치며 다짐했다. 익숙해지면 쉬워질 것이라고, 다음에는 또 당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바보 같다.


사람은 많이 만나봐야 한다느니, 많이 경험해 봐야 한다느니,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을 나는 아직도 가슴에 아로새기며 살아간다. 관계란 것은 한 번에 안되면 두 번, 세 번 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하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끊어졌을 때에 통증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다. 겪어 봤고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어쩌면 우리는 나이 먹는다는 것과 익숙해진다는 것은 쉬워진다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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