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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흔한 꽃 이라고요?

장미 품종에 입힌 예술가의 인생.

by chuchu

꽃피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 산책길에 홍매를 만났다. 봄꽃으로 널리 알려진 벚꽃보다 더 강렬하게 붉은 빛을 뽐내는 꽃이 먼지로 가득한 공간에 도도하게 자기를 알리는 모습을 해마다 만날수 있다는건 참 복된 일인것 같다.


하여튼… 꽃이 피는 광장을 거닐고 있다가 신기한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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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철은 5월이다.꽃은 아직 피어 있지 않았지만, 장미 이름이 ‘톨로즈 로트랙’ 이라니.


로트렉은 인상파 화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젤 유명한건 역시 물랑루즈

PixelSnap 2019-03-29 at 11.42.35.png 당시 물랑루즈는 수많은 사회유명인사들이 모이던 살롱문화를 계승한 찻집겸 술집 이었고, 당대 파리의 힙스터 셀럽들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던 핫플레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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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말고도 이런것들을 그렸다.(위)


로트렉은 신체조건이 왜소한 편으로, 주류사회에 속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시절 많은 예술가들이 그랬듯 압생트에 젖어들어 인생을 알콜중독으로 비참하게 마감한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가 그려낸 파리의 풍경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근데…. 화가 이름을 갖다 꽃 품종명으로 사용한걸 보고 참 놀랐다. 인상파 화가인 로트렉 이름을 딴 장미라니. 그저 ‘장미’ 로만 알고 있었던, 색상만 다르다고 생각했던 꽃을 품종명으로 살펴보는것도 재미있을것 같아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산책중 만났던 장미는 아직 3월이라 개화하려면 두달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그래서 한번,

검색이나 해보자 했다.


그래서 발견한 이미지

PixelSnap 2019-03-29 at 11.41.47.png Rosa Toulouse Lautrec로사 톨루즈 로트렉.

아니 이럴수가….. 노란장미가 아닌가 (쿵) (노란색 좋아함)


학명이 로사 툴루즈 로트렉이라고 적혀 있다는거에 놀랐는데, 프랑스의 남동부 꼬르다쥐르에 위치한 초 유명 장미 농원겸 연구 개발원인 meilland에서 ‘로맨티카’ 시리즈로 개발한 품종이라고 한다.


색채심리학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노란색에 대해 가지는 발랄함과 경쾌함은 그런 미신적 이미지보다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아 노란색 장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냥 본인 이야기입니다…-자진납세

PixelSnap 2019-03-29 at 11.43.09.png 으 아 아 아 (존예)


잠깐, 로트렉 장미가 있으면, 르누아르 장미도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PixelSnap 2019-03-29 at 11.43.16.png MEItoifar 란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rosa Auguste Renoir 로사 오귀스트 르누와르

있었다(…)


이것 역시 아까언급한 프랑스 meilland농원 출신이고, 로맨티카 시리즈로 92년 소개된 품종이라고 한다.

차나무에 장미를 접목시켜서 만들어낸 품종중 하나라고 하는데, 질병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고 한다.


단, 이건 학명은 아니고, 그냥 상품명으로 발표회때 잠깐 쓴 이름인것 같다. 시장에서는 MEItoifar란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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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와르는 장미를 참 좋아했다고 한다. 얼핏 검색해봐도 르누와르 그림에서 함박 꽃송이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꽃 이름에 예술가의 인생을 담을 생각을 했다는게 참 신선했다. 이것 말고도 여러 장미 품종들을 살펴봤는데, 개발당시에는 알파벳 코드로 분류를 알아보기 쉽게 했을테지만,


상품명은 대중이 듣고 바로 알아차릴수 있는 이미지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걸 생각해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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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말고도 정말 다양한 장미 품종들 찾아보고 여러번 감탄했다. 일본계 품종중에 ‘쿠로신주’ 라는 애가 있었는데 ‘신주’라는 용어가 어떤식으로 쓰이는지, 사전에 이해가 있었던 고객은 이 품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수밖에 없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 신쥬 : 일본 에도시대 극작가였던 지카마츠 몬자에몬의 세와모노에 기원하는 연인간 동반자살을 말함


장미는 연인간에 선물로 흔히 쓰이는 제품이기에, 선물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줄지, 보이지 않는가?






‘품종명’ 하면 먹거리로 쓰는 채소들에서나 중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화훼’도 농사가 아닌가 말이다 -_-;


식품용 품종은 먹을직스럽고 맛깔나는.. 아니면 개발자의 집념을 현신화 하는 품종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꽃은 그렇게 하는것보다 더욱 고도화된 작명 센스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물론 개발자의 집념을 담은 품종명이 선택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것이다)


장미는 선물용으로 참 많이 선택되는 꽃이다. 그래서 그만큼 흔하고 대중적이라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쬐끔 창피했다만, 그 품종이름 까지 생각해보면 역시 꽃의 왕인것 같다.


로트렉의 인생과, 그의 작품을 알고 있다면, 르누와르의 작품과 그의 인생을 알고 있다면,

그 꽃이 더이상 한송이 꽃이 아니라 예술가가 남긴 유산 같은 느낌이 들고…


그게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했다면 성공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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