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마식 드롭스와 선향
원령공주와 토토로가 득세하던 시절, 처음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반딧불이의 묘” (1988,지브리스튜디오)였다.
도쿄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고 여동생과 함께 힘겹게 친척집에서 살아가던 남매가 돌봐주는 이 없이 전쟁시기에 고생하다 사망하는 이야기다.
반딧불이의 묘, 에서는 ‘사쿠마식 드롭스’란 사탕이 등장한다.
주인공 세이타는 동생 세츠코를 달랠 때 이 사탕을 사용하는데,
극 중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어린 여동생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세츠코가 굶어 죽은 이후, 유골함으로 까지 쓰여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쿠마식 드롭스는 1913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 전 시기 등장했던 사쿠마 드롭스는 이후 생산 중단을 겪었다 1948년부터 재생산에 들어가 1913년부터 2016년 지금까지, 103년째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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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탕들과 달리 내용물이 들어 있을 때 나는 딸랑거리는 소리가 주는 재미,
캔을 열었을 때 어떤 맛 사탕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연성, 이게 사쿠마 드롭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힘은 아니었을까. 현재까지도 S15, S20 (각 80그램, 120그램)이란 모델명으로 판매 중에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봉지형 제품도 출시되었지만, 기억 속에 자리하는 브랜드로 깡통에 담긴 사탕을 능가하진 못했다. 맛이야 뭐 평범한 과일사탕(……) 하지만 맛으로 특별할 게 없는 과일 사탕이 100년 넘게 생산될 수 있었던 비법은 그 ‘맛’ 보다 세대를 넘겨 기억되는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담으로, 사쿠마 드롭스는 반딧불의 묘 에디션 사쿠마 드롭스를 생산한 적이 있었는데,
평균 100~200엔 하는 제품의 가격이 야후 옥션 1728엔이 되는 기적…
콜라보 상품으로 나온 사탕까지도 수집 품목에 넣고자 하는 덕후의 애정에 대해 감탄했다.
삿포로에 위치한 카메야마는 1927년 사업을 시작했다.
카메야마는 그런 촛불의 따스함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기적을 취급하는 기쁨을 느끼며 후세에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양초를 판매하는 전문 회사지만 양초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도 취급하고 있다.
카메야마 온라인 샵에서도 수많은 향초들을 취급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이 ‘선향’이다. (영문으로는 디멘션 인센스,라고 불리는 듯)
한국에 알려진 선향은 불가에서나, 절, 혹은 제사를 지내거나 상중에 고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본디 ‘향’ 종교적 제례에 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어 왔다.
서양 종교에 익숙한 세대에게 흔히 알려진 성경의 몰약이나 유향 또한 태워 피우는 향이며, 이러한 향을 피울 때 나는 연기가 신에게 닿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태워서 피우는 향 중 대중화된 제품은 일본제나 인도, 동남아 산이 많은데, 종교적 목적에서 쓰이던 제품의 속성을 따라 명상이나 취미 제품으로 마니아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향’ 이란 제품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카메야마는 어딘가 그리운 향기를 통해, 도덕 교육 및, 계몽의 일환으로 새로이 향을 즐기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목적에서 제품을 생산했다고 하는데,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사쿠마 드롭스 선향을 선물 받았다.
8가지 맛 중, 4가지를 향으로 재현한 제품인데(딸기, 사과, 오렌지, 멜론)
서예가 취미이신 아버지가 들른 문방사우 용품점에 전시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상업 브랜드, 그것도 어린이들이 좋아할 과일사탕X선향 콜라보 제품이 서예라는 고풍스러운 취미 용품점에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는 점도 충격이었거니와, 사쿠마 드롭스란 사탕이 저 나라 국민들의 뇌리에 어떤 식으로 인식되어 있길래 저런 판매처에서 고객을 기다리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으로 사 온 향을 태워보기 전, 적당한 향 받침이 없어 리뷰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마존에서 찾은 후기들은 취미로, 혹은 명상을 위해 즐기는 취미의 한 가지로만 생각하던 향의 다른 사용방법에 대해 알게 했다.
할머니가 생전에 단것을 좋아하셨어요. 과자를 공양했는데, 새들이 과자를 집어먹어 묘소가 엉망이 되는 것 때문에 음식물 반입 제한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구매했습니다. 천국에서도 맛봐주었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사탕을 좋아하셔서 구매하게 되었어요.
자신을 위한 릴렉싱 타임에 구매하기 위한 사람이 절반, 떠나간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이 절반…
다른 세상으로 떠나간 그리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을 전하고 싶은 그리움이 저런 제품을 구매하여 공양하는 형태로 나타났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니, ‘재미있어 보이던 제품’ 이 경건하게 다가왔다.
사람이 죽고 나서도 단맛의 여운은 길게 남는 것 같다. 그러한 단맛을 전할 수 없다면 향기라도..
그렇게 생의 마지막까지 단맛을 전하고자 하는 게 산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참고 :
사쿠마 드롭스 (http://www.sakumaseika.com)
카메야마 양초 (http://www.kameyama.co.jp)
아마존 재팬 사쿠마 드롭스 선향 사용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