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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chu Jul 14. 2022

기초 기본양념 1, 소금

수년간 탐색한 테이블 솔트의 개인적 역사 

소금은 요리에 필수적인 재료이다. 오죽하면 '빛과 소금'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유기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영양소이자 미네랄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초식동물들 까지도 암염을 핥으러 다닌다는 거 들어봤을 것이다.

아슬아슬 위태로운 자리에서 염분을 섭취하려고 고생 중이신 산양및 염소들 사진 이거 말고도 많음

예전에는 '전매' 라고 소금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배급제로 팔았다고 한다. 소금 판매가 국영으로 이루어지고, 그 수익금이 국가의 재산으로 잡혔다니, 놀라운 일이지. 소금은 바닷물을 끓이면 얻을 수 있는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에서 그걸 갖다 만든 소금을 '국가의 재원' 으로 관리하여 아무나 못 만들게 하고, 허가받은 국영 사업장에서만 판매했다는 거도 놀라운데, 그만큼 소금이란 게 얼마만큼 귀했는지를 알려주는 일화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한국뿐만의 사례는 아니고, 전 세계에서 그렇게 소금을 '국가' 혹은 '귀족' 만이 관리하는 귀중한 상품으로 취급했었다고 한다.

비엘리치카 왕립 소금광산. 폴란드 남부에 있는 소금광산을 파서 교회로 조성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사진출처 :유네스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왕립 소금광산이란 게 존재한다는 건 중세 무렵에 소금이 얼만큼 귀중한 물자 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살리에라  : 소금그릇, 이란 뜻 (이탈리아어)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박물관 소장품인 살리에라가 그걸 상징하는게 아닐까 싶다. 신화 인물인 헤라와 제우스를 모티브로 해서 온갖 보석을 이용하여 세공한 뒤 소금 그릇 위에 앉혀서 식사대접을 할 때 호스트의 위엄을 손님들에게 드러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귀중품이자 보석이다. 그럼 이거 주인은 누구였을까? 프랑스 왕 프랑스와 1세 였다. 제작자는 이탈리아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


현대인의 상식으로 보면 ?? 소금그릇을 뭔 저렇게 호사스럽게 만들 생각을 했지? 싶은데, 그 당시 소금이 얼만큼 귀한거였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소금은 민간영역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한국의 소금은 본디 '자염' 이었다. 지금은 '천일염' 이 더 흔하지만, 예전에는 소규모 가정에서 가마솥에다가 바닷물을 끓여서 증발시킨 다음 솥에 남은 결정을 모아다가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자염 생산 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벌목이 일어나서 자염 생산에 제한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뭐 가만 생각해봐도 염전을 구성하고, 햇빛에 말리기만 해도 소금이 생기는데, 연료를(나무를)태워다가 소금 만드는거는 아무래도 인건비에 원료비에.... 염전을 만들어서 대량생산하는게 훨씬 수지가 맞는 장사였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대다수 '소금' 이라고 하면 염전을 떠올리고, 전라도 신안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의 하나로 인지하고 있을것이다. 뭐 20세기 넘어서도 염전 노예(...)를 부린다는 오명을 얻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생산되는 소금 대다수는 신안에서 생산되고 있다.


근데... 세계 각지에서도 소금이 생산될것이 아닌가? 유기체라면 염분을 통한 미네랄 섭취가 반든시 필요하고, 그렇다는것은 세계 각지에서도 생산되는 소금마다 특징이 있지 않을까? 하여 다양한 소금들을 섭취하여 보았다. 계기는 국립 민속박물관에서 열렸던 '소금' 관련한 전시였고, 


여기 전시에 딸린 도록을 꼼꼼히 읽어보면서 세계의 소금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때 전시에 박물관 뮤지엄 샵에는 '소금' 을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말돈 소금이랑, 프랑스의 게랑드 플레르 드 셀을 구매할수 있도록 전시해 놧었다.

현재는 시중에서도 쉽게 구할수 있다. 훈제 소금이랑 오리지날 소금.

말돈 소금의 특징은 결정형이다. 한국에서 보는 소금 결정형은 사각형에 가까운 결정인데, 말돈소금은 그거보다는 가벼운 제형이다. 플레이크 모양이 예뻐서 기념품으로 사볼만한 물건이었으나, 전시회 관람하러 갈 즈음에는 굳이? 천일염 그렇게 싼것들 많은데 비싼돈 주고 소금을 사? 싶어서 스쳐지나 왔다가 레스토랑 방문때 고기 위에 뿌려져 있는 모양이랑, 말돈 소금 쓴다는 광고보고 아. 많이들 쓰긴 하나보네? 했었음.

프랑스 게랑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천일염이라 알려진 플뢰르 드 셀

소금 전시가 열리기 얼마 전, 맛 평론가 모 씨가 한국의 천일염은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만 못하다는 혹평을 하여 대체 저 소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하고 관심을 가졌었는데, 전시회 기념품으로 나와있는걸 보니 호기심이 생기더라. 그러나 -_- 도대체가 200그람 밖에 안되는 소금이 박물관 기념품이라고 2만원이 넘는걸 보면서 서민계급의 사람은 그냥 이런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가


결국 광고에 노출되었던 결과로 백화점 놀러갔다가 거기서 판매중인(박물관 기념품으로 들여왔던거랑 같은 제품인데 5천원 더 싸게 판매되고 있었다는 게 구매에 결정적 요인이 되긴 했음) 플뢰르 드 셀을 구매해 보았다.


알맹이는 천일염이랑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어릴 적 엄마들이 김장할 때 천일염 마대 봉투 안에 그득 차 있는거 커다란 바가지로 퍼내서 김장 김치 절일때 쓰는거랑 별로 다를게 없어 보였는데, 단지 소금 결정 형태가 좀 더 가벼워 보인다는거? 맛에 있어서도 바다소금이라 그런가 한국의 신안 소금이랑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라. 이 소금을 좋아한다는 유명 세프들은 이 소금이 물에 녹는거부터가 다르다고 그러던데, 일반 소시민은 그런 차이를 크게 알아차리지 못하겠더라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수 있다고는 하나, 사용처가 꽤 제한될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박물관에서의 소금경험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는데, 전시실 끄트머리에서 실제로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금들의 맛을 볼 수 있게 한 부스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 놓여 있던 소금들 조금씩 맛을 봐 봤자 '짜다' 밖에 알아차릴수 없었는데, 요리에 소금을 적용했을 때 맛이랑, 소금만 달랑 놔두고 먹어봤을 때랑은 확실히 차이를 느낄수 있는것 같다.


안데스 호수 소금. 선물 받았었다.

명절 선물로 받았던 아르헨티나 소금이었다. 명절 선물이라 하면 흔히 국산 농식품을 떠올리는데, 소금을 주셔서 뭐지? 싶었는데, 실제 사용해보니 선물용으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다. 라벨에 표기된 색상은 결정의 크기를 이야기하는 건데, 붉은색이 결정이 가장 작고, 녹색이 가장 크다. 결정이 클 수록 당연히 천천히 녹아서 맛을 '킥' 으로 줘야되는 고기 스테이크 위에 뿌리는데 적당했고, 가는 소금은 빨리 간 맞춰야 될 때 쓰기 좋았다. 신기했던건, 호수소금은 간을 맞출때 용량을 초과(...)해서 잘못 넣었을 때도 '강렬한 짠맛' 이 안 느껴지더란 거였다. 오히려 단맛이 느껴진달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수 있다만, 천일염 볶은소금을 메인으로 쓸때는 소금 양 조절을 자주 실패하여 음식을 소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소금 쓰면서는 그런 실수가 거의 없어서 좋았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싸고 여기저기 쓰기도 좋고 만능임.

주력으로 쓰던 소금은 이거였다. 강렬한 짠맛이 특징적이고, 용량 계산을 엄격하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많이 넣었다 싶으면 음식 전체가 너무너무 짜서 먹기 힘들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간 맞추기는 조금 어려운 편. 요리 레시피에서 1ts라고 적혀 있다고 순진하게 1ts 다 넣으면 소금 범벅이 되서 곤혹스러웠던 경우가 꽤 있었음(...) 최근 유행중인 소금빵 위에 올라가는 소금 결정이 얘랑 맛이 비슷했던것 같다. 물론 제과용 소금이라 이거랑은 다른 제품을 쓰겠지만, 맛의 강력함은 얘랑 참 비슷했음. 익숙한 맛.

참고용 이미지. 자죽염 판매자들 많습니다. 그러나 비추.

어릴때 집에서 먹어본 자죽염. 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이런걸 왜 '약' 이라면서 건강식품 비슷하게 파는가 모르겠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당연히 고혈압 위험도 올라가고 신장도 손상된다. 요리용으로나 쓰지, 굳이 소금 알갱이 빨아먹는거로 건강 좋아질거 생각하는거 말도 안되는 어리석은 행위라는걸 알아둡시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맛이다. 소금 알갱이만 먹었을때 묘한 풀향? 같은게 느껴지는게 신기하기는 함. 뭐 고급 레스토랑 같은데서 이거 섞어다가 서빙용 솔트로 내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어디서나 슈퍼가면 손쉽게 구할수 있는 기본 소금.

나물 간할때나 간단하게 오이절임할때 썻던 소금. 상술한 소금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가격이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중 퀄리티는 충분히 내줌. 물론 얘를 가지고 요리에 간맞추거나 맛내기를 할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행위이니 비추하고 싶다. 걍 주요 용처는 해감할때나, 1차 절임할때 천일염 없을때. 였음. 


히말라야 핑크솔트

천일염 구운소금은 간맞추기가 너무 어렵고, 아르헨티나 호수 소금은 너무 비싸서 대응책으로 대중성 있는 소금을 구해보기로 해서 정착한 소금. 저 그라인더 되게 흔한가보네 -ㅅ-; 나도 저거 쓰고 있음. 갈아냈을때 모양은 저렇게 나오진 않고, 왼쪽 결정보다 좀 더 작은 애들이 요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임. 바로 녹지 않아서 국물요리등에 사용할 경우 충분히 녹을수 있는 시간을 줘야되고, 포타주 타입의 요리들은 걍 하루 묵혔다 먹는다고 생각하는게 편함. 맛은 좋다. 강렬하긴 하지만 천일염 구운소금보다는 약한편. 양조절이 쉽다.


일본 오키나와 특산의 유키시오. 말 그대로 눈소금임

오키나와 여행갔다왔던 친구한테 선물 받았던 눈소금. 결정이 저런 형태로 나온다. 어떻게 제조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소금의 제형이 밀가루같다. 그야말로 눈소금이란 이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느낌. 선물 받았던건 주먹밥용 소금이라는거랑, 하도 뜨거워서 땀을 많이 흘리는 오키나와의 특성상 부족한 미네랄 보충을 위해 저 동네 특산의 시트러스계 과일인 '시쿠와사' 향을 입혀서 음료 타입으로 마실수 있게한 고급 레몬소금 같은거였다.  사용해본 결과, 결정이 아주 작아서 식재료야 잘 스며들었고, 밥알 하나하나에 고루고루 소금 맛이 묻어난게, 특별히 주먹밥 알맹이가 없어도 밥이 맛있어져서 신기했었다. 단, 안타까운게 있었는데, 테이블 솔트 타입으로 선물 받았던 이 두종류의 소금은 습기에 무척 취약했고, 보관 용기가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도 금방 덩어리져서 처음 쓸때의 그 밀가루 같은 질감은 얼마 즐길수가 없었다. 빨리 쓰세요.


블루솔트

강렬한 맛이라고 하여 궁금증을 가지게 했던 소금. 핑크 솔트랑 한쌍인거 같은데, 얘는 대체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화석화된 소금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퇴적암 일부가 편마암이 되는데 고온고압이 필요하단것처럼, 핑크솔트들 중 일부가 변성암(...)이 된게 핑크솔트인가 봄. 맛이 강렬하다고 하는데, 핑크솔트랑 큰 차이는 못 느끼겠고, 강한 맛이다보니 사용량이 확실히 적어져도 괜찮다는게 장점인것 같다. 아까워서 많이 못씀(...) 비싼 애다보니 뭐 굳이 요리에 짠맛을 간 할때만 쓰기보담 단맛을 끌어내는 용도로 쓴다거나, 이런 용처로 쓰는거도 괜찬은것 같다.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궁금할 것이다. 그럼 제일 좋은 소금이 뭔가?

그런거 없다. 당연하게도 요리의 종류에 따라서 적용하기 적절한 소금은 서로 다르고, 그렇기에 내가 요리할때 어떤 소금을 선택해야 할것인가? 는 남들의 이러한 평가를 읽는거로는 도움이 안된다. (......)


경험해 봐야만 알수 있다. '그냥 뭐 다 비슷비슷한거 아닌가?' 는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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