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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chu Feb 11. 2022

수제 자가 요구르트 4년의 기록

경험했던 것들이 여러분께도 팁이 되기를...

로이첸 요구르트 메이커. 현재(22년 2월) 시중가 8900원.

최초로 구매했던 요구르트 메이커는 위 이미지의 제품이었다. 사진에 불투명한 하얀색 받침을 제조기 안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우유와 떠먹는 (마시는) 요구르트를 섞어서 8시간 놔뒀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완성되는 형식.


균주

최초 시도는 실패했고 -_-;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 연구를 시작했다.


호상발효유(떠먹는 요구르트) 제조에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이 쓰인다. 얘들은 우유에 존재하는 유지방을 먹이로 하여 번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식품의 속성을 완전히 바꿔준다. (발효과학..) 호로록 마시던 우유가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되는 형태로 바뀌었네? 이렇게. 뭐 이거 말고도 다른 형태의 다양한 발효들이 많지만 일단 요구르트에 집중해 보면, 일단 이렇게 우유를 요구르트 형태로 변화시키는 균주는 어마 무시하게 많다. 시중에 판매되는 요구르트 제조용 유산균 제품 중에 유명하고 흔한 것들은 약 3가지 정도 되는데,


1. 비피도 박테리움 (시중에 널리 퍼져있어 구하기 가장 쉽고 가장 저렴)

상술했던 마시는 요구르트들의 주요 균주. 고온에서 발효가 잘 된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저렇게 끓인 물을 담아서 보온하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도가 떨어지는 방식의 발효조에서는 증식을 멈추게 되어 떠먹는 요구르트보다 마시는 요구르트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 고로 60도 이상의 온도가 8시간가량 유지되는 전기식 요구르트 제조기를 이용하면 실패가 적다.


2. 크레모리스 (카스피해 요구르트, 시중에서 1리터 단위 아이스크림 통 같은데 판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그릭 요구르트'라는 것을 꽤 선호하시는데, 얘는 일반적인 호상발효유 (떠먹는 요구르트의 다른 이름) 보다 훨씬 질감이 뻑뻑해서 크림치즈를 먹고 싶은데 아쉬운 분들께 많이 선호된다고 한다. 특징으로는 산미가 적다는 것.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음. 얘는 중온 발효 요구르트라 미적지근한, 실온에 24시간 놔뒀다가 냉장 보관하면 땡임. 여름엔 6~8시간으로도 충분함. 


3. 캐피어 (티벳 버섯 요구르트, 시중 제품에서 이거 달고 광고하는 애들은 거의 못 봄)

일단 이 균주가 메인이 된 요구르트는 산미가 무척 높다. 종류에 따라서는 '앗! 이거 상한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건강에는 이게 압도적으로 좋다고 하더라. 근데 뭐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매일같이 밥 대용으로 먹기에는 힘든 수준으로 시큼하다 -_-; 저온에서 발효돼서 완성되는 요구르트라 습도가 낮고 추운 겨울에 실온에 놔둬도 8~10시간이면 완성.


대충 저 3개를 메인 균주로 하고 있다.(딴 유산균들도 골고루 많이 섞어져 있다) 제품 성상은 분유에다가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 균주들을 섞어 놓은 형태로 판매되는데, 빵 만들 때 드라이 이스트를 섞어주는 것처럼 우유에다가 한포 따서 일정 시간 방치하면 완성되는 형태로 사용함.


그런데 '특정 균주'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고 광고를 해도... 발효 과정 중에서 소비자의 환경에 따라 많이 살아남는 균주가 우세종으로 완성되는.. 약간 그런 느낌... 실제로 내가 구매했던 유산균은 '캐피어' 종 이었는데, 지금은 신맛이 거의 사라진 크레모리스에 가까운 요구르트를 먹고 있음.


아! 요구르트 제조용 유산균은 딱 한 번만 구매해도 됨. 한포에 10개 정도 들어있고 제조사에서는 보통 2~5회 정도 만들고 새 걸로 유산균 교체하세요... 하는데, 본인은 3년 동안 계속 이어서 쓰고 있다 (시행착오 있었음) 


제조

초반에는 로이첸 요구르트 메이커를 사용하였으나, 플라스틱 발효조는 약 1년 넘게 사용하면서 보이지 않는 미세 흠집들이 생겼던가, 어느 순간부터 그 발효조에서 제조된 요구르트에서 신맛이 많이 감지되더라. 아. 이래서 제조사에서 2~5회 정도 남은 요구르트 발효하고 유산균 새로 쓰라고 했나 보구나......


그리고 먹고 사고가 난 적은 없었으나, 어떻게 느껴도 이건 '잡맛'이라 불쾌했고, 그래서 요구르트 제조기는 버리고(TMI : 발효조는 버리지 않았음. 집에서 제과할 때 짤주머니 스탠드로 잘 쓰고 있음). 1리터 우유팩(900미리)에다 이전에 먹고 남은 요구르트를 추가하여 12시간 정도 놔두는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음. 그렇게 3년 동안 추가로 요구르트용 유산균 제제 구매는 하지 않고 있음.

내가 요거트용으로 자주 쓰는 우유.  우유값 눈물나게 비싼데, 요구르트 가격 생각하면 참을만 함

1리터 우유백에 900미리 밖에 안 담아주면서 이 가격으로 판매한다! 하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많았으나.. 나는 요구르트 만들 때 매우 편리해서 불만이 없다. (애당초 요구르트 만들 목적이 아니면 종이팩 우유 쳐다보지도 않음) 


우유팩 입구를 사방으로 열어 제낀 뒤, 이전에 먹고 남은 요구르트 100미리가량을 섞어주면 1리터 용량이 꽉 차게 되는데, 이걸 숟가락으로(하단에 설명된 숟가락) 잘 섞어준 다음 오피스 클립으로 입구를 봉해서 실온에 24시간(겨울) 12시간(봄가을) 6~8시간(여름) 방치했다 냉장보관 2~3시간 하면 완성. 겨울엔 냉장보관 없이 그냥 바로 꺼내 먹어도 됨.


중요한 것은 우유를 고를 때 '원유 100%'인 제품을 고르는 것임. 가공유는 어떤 걸 써도 안된다. 특히 무지방 우유나 칼슘 강화우유, 영양 강화우유 등등 다 안됨. 그리고 대용량 플라스틱 우유병 우유를 다른 용기에 덜어서 요구르트를 제조하는 방식도 추천하지 않는다. 1리터 우유팩. 빛이요 생명이요 진리이니. 


기어

만족스러운 요구르트 생활을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상술한 방식으로 요구르트를 제조 시에는 일반적인 숟가락을 이용하는 것이 약간 불편함. 특히 요구르트를 제조할 때 이전에 먹고 남은 요구르트를 우유에 잘 섞어줘야 되는데, 그것을 매우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있음.


또한 1리터 우유팩에 요구르트를 만들면 완성된 다음에도 일반적인 밥숟가락을 이용할 경우 퍼내는 것이 어렵게 된다. 뭐 할 수는 있지. 근데 그러면 손가락에 요구르트 범벅이 된다 -_-. 그래서 장만한 제품. 

Aoyoshi CASUAL PRODUCT Yogurt spon

삽처럼 생긴 모양으로 사각 우유팩에서 요구르트를 퍼 올리는 것을 매우 편리하게 하고 있으며, 

숟가락 크기도 크고 깊어서 둥그런 계량스푼이나 머들러 타입의 길쭉한 티스푼으로 5~12번 퍼올려야 되는 수고를 3~4회로 줄여주는 매우 편리한 제품임. 구매가는 배송료 포함 약 14,000원이었는데, 3년 동안 쓰면서 완전히 뽕을 뽑은 것 같아서 여러분께도 강력 추천하는 제품입니다. 여차하면 끓는 물에 살균 소독도 안심!


아~ 혹시 스테인리스 숟가락인데 유산균 다 죽는 것 아니냐고요?

ㅋㅋㅋㅋ 슈퍼에서 파는 요구르트들이 나무나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써서 만들고 있을 리가 없겠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쓰고 있습니다. 


고로 내가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쓰는 것도 위생적이고 좋은 것임. 만약 요구르트가 실패했다면 그건 발효 온도와 제조 시간이 부족했던 문제일 뿐임.


섭취

요구르트 완성된 거 건강에는 좋지만 무가당으로 매일 먹는 거는 좀 곤혹스럽다. 당분이 전혀 없다 보니 건강에는 좋아도 건강식품으로 챙겨 먹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말....... 그래서 시중 제품들을 살펴보니 가당+가향을 해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많아서 가정에서 그걸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0.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먹는다

완성된 요구르트를 체에 받쳐서 냉장고에 두면 알아서 수분이 쭉 빠지는데, 이때 유청이라고 불리는 빠져나온 물을 갖고 식빵을 하면 그렇게 맛있게 된다고 하더라. 보관하셨다 그렇게 쓰셔도 되고 그냥 버리셔도 됨. 질감이 그릭요거트와 흡사해져서 좋긴 한데 1리터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의 용량이 약 600그람 정도까지 줄어들게 되어서 요새는 안 함. 


1. 과일을 넣어 먹는다

신선한 생과일을 요구르트에 섞어 먹으면 너무 좋지. 근데 과일값이 좀 비싼가? 그리고 과일 손질해서 그냥 먹기도 바쁜데 뭘 그걸 또 요구르트에 섞고 있겠어. 특별한 날 아니면 번거롭기도 하고 해서 시도해보려다 관둠


2. 잼을 넣어 먹는다.

가장 흔한 방법. 실제로 시중에 흔히 유통되는 딸기 요구르트의 경우 요구르트에 딸기잼을 섞어서 향과 맛을 끌어올리는 형식. 딸기잼 타 먹기도 하고 유자청 타 먹기도 하고 레몬청 해 논거 타 먹기도 하고... 하여튼 온갖 종류의 과일청 맨날 에이드로만 먹을 수는 없으니, 요구르트 등에 타 먹어 보시는 것 추천합니다..


3. 말린 과일을 넣어 먹는다

말린 망고! 말라 있는 과일들 요구르트에 불려서 먹으면 좋다 하여 트로피칼 후르츠 믹스도 요구르트에 불려 먹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으나, 실망스럽기만 했고, 최고 존엄은 말린 망고였다. 가위로 작게 잘라서 요구르트에 넣고 하룻밤 재워놓으면 요구르트에 향과 단맛이 배어나서 먹기 좋았다 (단, 말린 망고 비싸서 아주 가끔씩만 함)


4. 그래놀라를 얹어먹는다.

건강 요구르트에 아침식사로 매우 유용하고 편리했던 방법. 요구르트 푼 거 위에다가 적당량의 그래놀라를 얹어줘서 토핑 요구르트를 해머 아침밥 대용으로 자주 먹음. 그래놀라 없을 땐 시리얼도 얹어먹음 (코코볼, 오레오 오즈, 스페셜 케이 등)


5. 요구르트 드레싱

수제 요구르트 + 기름(올리브유 등), 레몬즙, 소금 후추 꿀(설탕대체 가능) 씨겨자 추가해 흔들어서 샐러드 드레싱으로도 씀. 기름이 들어간 놈이라 생각보다 보존기간 길고(냉장보관), 꽤 괜찮은 맛이라 막 사 와서 갓 씻어낸 채소들의 신선함이 아니래도 어느 정도 맛 부활시켜주는 효과가 있음. 파스타 먹고 남은 유리 용기에 재료들 다 넣고 뚜껑 닫고 흔들어 주면 완성임. 해보세요.


용기

비피도 박테리움을 이용한 전기 발효 방식의 요구르트 메이커는 만들 때 번거롭고 세척도 따로 신경 써야 된다는 귀찮음이 있어도 1회분 용량을 처음부터 계량해서 제조한다는 지점에서 먹을 때 무척 편리하다.

4개, 6개, 12개 등등 한 번에 제조해 놓을 수 있는 개수는 기계에 따라 다양한 편

그게 아니라 우유팩이나 한 번에 1리터 정도 되는 요구르트를 제조할 경우 한번 먹을 분량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시중에 판매되는 요구르트 용량은 대다수가 100g.. 좀 대용량이라고 해도 120그람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여 비슷한 용량을 떠낼 수 있는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요구르트를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요령이기도 함.


이케아 믹스투르. 

처음 살 때 7900이던 게 이젠 9000원이네... 오븐 세이프 용기라 과일 코블러 같은 간단한 베이킹 할 때도 편리하고, 코티지 파이나 오븐 스파게티 할 때 등등 두루두루 쓰고 있음. 

카페라떼용 컵을 요구르트 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라메킨(램킨)이란 용기를 쓰기도 함.

요구르트 그릇을 정해놓고 하루 용량 채운다는 느낌으로 섭취하는거 되게 기분좋아지는 의식적 행위임. 여러분도 챙겨서 꾸준히 잡숴보세요. 매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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