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가지 에스닉 푸드로 살펴본 음식 역제국주의 이야기
마지막 음식은 바로 한국 음식 명란젓.
명태는 동해안에서 지천으로 잡혔던 생선이다.
제사에, 고사에 빠지지 않는 북어를 이고 진 상인들이
전국 곳곳으로 다녔고,
명태를 말리기 위해
빼내야 하는 알집과 내장이
명란젓으로 창난젓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규슈 후쿠오카 현의 특산으로
일본 전역에 알려진 멘타이코明太子가
바로 명란젓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와하라가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귀국한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담가 먹다 판매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게도
일본 내에서 후쿠오카와 홋카이도가
원조 논쟁을 벌일 정도로
이 일본식 명란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명란젓을
멘타이코식으로 제조하는 것이
더 씁쓸한 일인지,
더 이상 동해바다에서 명태를 잡을 수 없는 것이
더 씁쓸한 일인지.
서로 다른 자초지종을 지닌
이 음식들의 한 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피지배 국가나 민족의 하층민이 즐겨 먹던
싸구려 먹거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정복은 국가 간의 지배-피지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식 자체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이 음식들은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는 또한 맛있게 마련인데,
복잡한 세계사가 양념처럼 이야기의 맛을 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