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본문 중에서
해상 무역을 통해
먼 중국에서 수입해 온 찻잎 향에
영국인들이 푹 빠지면서
영국 내 홍차 소비량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동인도회사와 영국 정부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안겨주는
홍차 독점 무역을 위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아편전쟁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들어 동인도회사는
구하기 힘든 은銀 대신
인도산 아편을
찻잎 대금으로 치렀다.
아편 중독자가 급증하자
위기를 감지한 청나라는
아편 밀수를 금지시켰다.
이 조치에 반발해
영국이 1840년에 일으킨 것이
아편전쟁이다.
홍차를 싼값에 마시겠다고
정부가 앞장서서
마약을 수출할 권리를 당당히 내세우며 침략하다니,
뻔뻔하기 짝이 없다.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전쟁이 역사상 최악의 비윤리적 전쟁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수입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
아예 차를 직접 생산할 방안을 강구한다.
문제는 청나라가 차 종자 반출을 엄격히 금하는 한편
차 재배 기술도 극비로 삼았다는 것.
이에 동인도회사는
청에 파견할 산업 스파이를 고용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Robert Fortune이었다.
포춘은 중국에 잠입해
차 재배 기술만이 아니라
차 종자까지 훔쳐
1848년 동인도회사에 전달한다.
동인도회사는
이를 기반 삼아
당시 식민 지배 중이었던 인도 곳곳에서
차 재배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