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도시 '부산'을 위한
2030월드엑스포 유치, 가덕도신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추진, 부울경메가시티 구축. 내가 살아가는 도시 '부산'의 굵직굵직한 현안만을 모아 본 것이다.
부산의 향후 10년을 좌지우지할 더없이 멋진 청사진이다. 다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도, 쉬워 보이는 것이 없다. 우리는 이 난제들을 어떻게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대체로 그 해결책을 과거에서 찾는다. 비슷한 사례의 해결수순을 밟아가거나 기존 방안을 토대로 약간의 개선된 해법을 적용해보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정보공유가 활발하고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시대에는 좀 더 획기적인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대신 반으로 갈라버린 알렉산드로스 3세처럼 말이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관점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실 가닥이 얽히게 된 경위를 하나씩 따라가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위의 현안들은 살펴보면 나름대로 하나의 목적성을 띠고 있다.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산’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앞서 나열한 사안들을 모두 제쳐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존 체계 안에서의 자구책도 충분히 마련하되, 꼭 실오라기를 낱낱이 풀지 않아도 좋을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앞선 청사진의 항목들은 지역의 실질적인 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충분한 이성적 판단과 검토를 거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정책 결과물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요즘의 추세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가치가 빠져 있다. 다름 아닌 ‘감성’이다.
얼핏 보면 감성이 어떻게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감성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어느 하나로 통일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대상을 경험하며 느끼는 감정만큼 한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없다. 무언가에 꽂힌 사람들이 얼마나 과감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익히 경험해보아서 알지 않는가.
그러므로 정책 결정에서도 대다수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편을 고려해야 한다. 대다수의 감성을 대체 어디서 찾아내야 할지는 그리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우리에게는 ‘SNS’라는 감성의 구심점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는 개개의 감성을 존중하기에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먼저 그 움츠러든 어깨부터 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제관광도시 부산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이때는 먹거리나 볼거리를 구구절절 나열하는 것보다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를 도시 곳곳에 흩어놓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먹거리나 볼거리에 관한 정보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넘치도록 공유되고 있다.
국내의 한 IT기업처럼 친근한 캐릭터를 앞세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올해 4월에 공개된 부산의 시민소통 캐릭터 ‘부기’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최근 트랜드에 뒤처지지 않는 깔끔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흥미로운 탄생일화, 직장인이라는 친밀한 설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995년에 만들어진 ‘부비’나 2012년에 만들어진 ‘꼬등어’는 그동안 잘 사용했다. 시대가 변하면 감성도 변하므로 그에 따른 우리의 접근방식도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
또한 부산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끈한 성미와 간결한 말투에서 착안하여,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편리한 관광서비스를 고안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산 놀러 가니까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편하더라’라는 감탄사만 흘러나와도 대성공이다.
이처럼 ‘기존 방식이 아니어서’, ‘절차상 문제가 있어서’와 같은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면, 부산은 시민친화적인 그리고 관광친화적인 도시문화를 가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산과 바다, 강까지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는 수십 가지 이유보다 가능하다는 한 가지 이유가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