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시대의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음악‧미술‧연극 등 기존 오프라인 매체를 활용한 콘텐츠뿐 아니라, 특히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 콘텐츠에도 마음의 끌림을 느낍니다.
현재까지는 여러 기술적 제약으로 완벽히 구현되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창작자와 관람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질 문화예술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코로나19가 언택트 시대를 연 이후, NFT(Non-Fungible Token)가 적용된 노래‧그림‧공연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콘텐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보다는 한낱 일확천금의 투자 수단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지역에서 3년째 문화예술 월간지 발간을 해오면서 그동안 문화예술계의 여러 이슈를 접하고 많은 창작자를 만나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통칭 ‘순수예술가’라고 불리는 분들은 자기 작업의 성취에 부단히 노력하는 반면, 그 작업물로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자칫 상업적인 예술가로 비칠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 결과가, 다름 아닌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다'라는 인식인 듯합니다.
사회의 수많은 직업군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듯, 예술가도 마땅히 시대의 문화코드를 주시하고 그에 알맞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에게서 멀어진 창작자는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작업에 적용해보는 결단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창작자가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한 방편으로, 떠오르는 기술인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창작자에게 있어 NFT의 가장 큰 장점은 부가가치 창출에 있다고 봅니다. 근래의 콘텐츠 시장은 작가 중심의 단순 창작구조를 넘어,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2차 창작, 나아가 소비자 중심의 3차 창작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제작된 창작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쳐 일종의 하위문화인 '밈'을 형성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온라인상으로 유통되는 밈의 형태가 최초의 창작물 형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2차 창작물인 영화나 드라마, 웹툰 같은 매체는 쉽고 가볍게 즐기는 밈을 옮기기에는 너무도 무겁습니다.
일단 분량이 방대하여 쉽게 공유하기 어렵고, 서로 나누고픈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을 모두 알아야 하는 전제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즐기기에는 부적합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로 NFT의 대상이 되는, 소위 ‘짤’이라고 불리는 영상클립과 캡쳐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는 이의 직관에 의존하는 짤은 원 콘텐츠의 내용을 정확히 몰라도 그 상황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고, 파일 자체가 짧고 가볍기 때문에 자기가 느낀 감상을 타인과 나누기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최근 MBC에서 NFT로 발행한 <무한도전>의 ‘무야~호~’ 클립이 950만 1천 원에, <복면가왕>의 ‘신봉선의 ┌(0_0)┘’ 클립이 300만 원에 판매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상상해보았습니다.
만약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직관적으로 구축하여, 어느 놀이문화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밈을 의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면, NFT 시장에서 강력한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인플루언서가 된 창작자의 일상과 행동 또한 또 다른 NFT로 발행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대면사회가 크게 위축되며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대면 사회가 놀라울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관념에서 탈피하여, 떠오르는 시류에 알맞은 관점을 갖출 수 있다면,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낯선 가능성을 포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위 포스트는 논객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