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 Consulting Group
생애 두 번째 웹툰을 연재하다 공황장애가 왔다. 직접적인 원인이 웹툰 연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병의 원인은 훨씬 어렸을 때 겪은 어떠한 사건 때문이었지만, 웹툰 주간 연재가 이 병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주간 연재 스케쥴에 묶여 좁은 작업실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름 소득도 괜찮은 편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였었고, 한 달에 천만 원 가까이의 수익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웹툰을 연재하고, 강의를 하고, 크고 작은 외주들을 했었다. 전문 어시스던트도 고용했었다. 연재가 끝났을 땐 통장에 제법 돈도 쌓여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망가져 있었다. 작품 역시 형편없는 퀄리티로 마무리된 상태였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지 않는 어시스던트에게도 불필요한 안 좋은 감정만 남은 상태였다. 물론 강의 현장에서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었을 것이다. 그 이후 더 이상 웹툰 연재를 해 나갈 자신이 없어졌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BCG 매트릭스 얘기를 해보자. BCG 매트릭스는 Boston Consulting Group에서 고객을 상대로 만들어둔 포트폴리오 관리법을 말한다. BCG 매트릭스에서는 수익의 구조를 크게 4단계로 나눈다.
1) Star
2) Cash-cow
3) Question-mark
4) Dog
1) 스타(Star)
Star는 미래가치도 훌륭하고 지금 당장의 소득도 일어나는 일을 말한다. 출판작가라면 책을 만들어 내는 행위, 웹툰이나 웹소설 작가에게는 작품을 제작해 연재하는 행위가 Star에 해당한다. 원고료, 미리 보기 판매율, 인세, 게다가 작품이 OSMU로 팔려나가기라도 한다면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Star만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노동강도
2) 휴식과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
정신건강을 과신하면 Star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나는 주간 연재라는 강한 일정 속에서도 체육관을 다니며 몸 관리를 했다. 그럼에도 타블렛을 오래 쥠으로 부터 발생한 직업병인 손목 터널 증후군, 검지 손가락 인대가 늘어남,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이 찾아왔다. 정신 건강도 공황장애가 찾아 올 정도로 악화되었다. Star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 그러나 평생 휴식 없이 Star만 붙잡고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작자는 Star를 쉬는 휴식기간 동안 Cash-cow를 붙들게 된다.
2) 캐시카우(Cash-cow)
Cash-cow는 눈앞의 수익만을 보장해주는 수익을 말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캐시카우를 꼽아보자면 "강의"나 "강연"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작품에 대한 굿즈 판매, 작품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 제작 판매 등도 있을 것이고, 간혹 브랜디드 작품 외주를 만든다거나, 단발성 칼럼을 쓴다거나 하는 등의 수익도 모두 작가의 캐시카우에 해당한다.
캐시카우 수익은 거의 대부분이 "노동 수익"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단발성 수익"이고, 추가 소득을 발생시키기가 어렵다. 사람의 사회적 가치에 따라 캐시카우의 사이즈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캐시카우를 조금 더 키우기 위해서는 Question-mark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더 효율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미래 가치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퀘스천 마크(Question-mark)
Question-mark는 현재 눈앞의 수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가치가 생기는 일을 말한다. 작가에게는 유튜브 운영, 브런치 블로그 운영, SNS 포트폴리오 정리, 인스타그램 연재 등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퀘스천 마크는 작가의 정성적 가치를 높여주는 도구가 된다. 이는 곧 더 높은 캐시카우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하기에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Dog는 무엇에 해당할까?
4) 도그(Dog)
Dog는 현재의 수익도, 미래의 수익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일을 말한다. 도그를 스스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경쟁력 없어 보이는 기획의 글을 계속해서 기고한다거나, 누가 봐도 가능성이 없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거나 하는 것은 누군가의 강한 피드백이 있지 않는 한, 심각성을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한다.
위기 속에서 찾아온 기회
두 번째 웹툰 연재후 얻은 공황장애는 작가 인생의 커다란 위기였지만,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회의 시기가 되어주었다. 웹툰(Star)만을 붙잡고 있기 어려운 긴 방황의 시기 동안, 아주 효율적인 퀘스천 마크에 해당하는 유튜브 채널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웹툰 작가 겸 유튜버라는 교집합은 내게 다양하고 질 높은 기회들을 제공해 주었다.
캐시카우인 강의료가 올라갔고, 출판사들로부터 연락이 잦아졌다. 광고 수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굳이 웹툰이 아니어도 다른 콘텐츠들로 먹고살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 그로 인해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웹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지금의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진 콘텐츠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해야만 한다라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Star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너무 눈앞의 수익인 캐시카우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결국 나라는 인간이 가진 정성적 가치인 것이다.
이야기 작법은 스토리텔링 우동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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