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by 우동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속도가 있다. 너무 빠르면 서로를 스쳐 마찰에 상처가 나고, 너무 느리면 식은 온기에 오해가 쌓인다. 그래서 관계는 조율의 연속이다. 가까워지려면 속도를 맞춰야 하고, 오래 함께하려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어떤 관계는 운명처럼 단번에 맞물린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같은 장면에서 울고 웃는다. 그러다가도 대화는 종종 발화로 흩어지고, 이해는 오해로 번진다. 말은 다 닿지 못한 채 공중에 맴돌고, 마음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그래도 이상하게,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못한다. 불통 속에도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덜 다치길, 덜 힘들길 바라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현재만 보는 게 아니라 그가 지나온 시간까지 직시하는 일이다. 어떤 말투에는 습관이, 어떤 고집에는 이유가 있다. 그걸 알아차릴 때 비로소 관계는 조금 더 깊어진다. 이해가 애정이 되고, 애정이 신뢰가 된다.


사랑하는 일도, 친구로 남는 일도 결국 끝끝내 옆에 서는 일이다. 상대의 무모함을 말리지 않고, 그 곁에서 지켜보는 일. 때로는 나의 신념을 조금 꺾어서라도, 그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일. 그렇게 누군가의 언덕나무가 되는 것이다.


느리면 부드럽고, 부드러우면 오래 간다. 관계도 그렇다. 질주보다 머뭇거림이, 논리보다 온기가 더 멀리 데려다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부딪히더라도, 여전히 다가서려는 마음. 그것이 우리가 관계 속에서 계속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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