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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에고를 버리고,

by 움직임 여행자

내가 좋아하는 류시화 작가님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한 스승과 제자가 하룻밤을 묵게 된 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가족들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유일한 수단은 단 한 마리의 양이었다. 그 양의 젖을 짜고, 그것을 팔아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스승은 그 유일한 양을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제자는 스승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희망을 무참히 앗아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후, 제자가 다시 그 집을 찾아갔을 때 놀라운 광경을 마주했다. 그 가난했던 가족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활기차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양이 사라진 후, 그들은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스스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삶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때때로 의지하던 것을 과감히 놓아야 할 때가 있다. 특히 그 의지가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의 회피라면 더더욱 그렇다. 모든 일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며, 결국은 ‘내’가 결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 삶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핑계를 대는 시선,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습관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변화는 늘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때가 바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절벽 끝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다른 시선과 태도로 앞으로 내딛어야 할 순간이다.


과거의 에고를 버리고, 선택한 길에 책임지는 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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