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시작

본질의 발견을 읽고

by ㅇㄷㅌㅌ

독후감이라걸 써본게 언제쯤일까.

그닥 기억이 별로 없다. 싸이월드 시절 일기 느낌으로 영화나 책에 대한 짧은 감상 따위를 게시판에 끄적였던게 마지막이었으려나. 생각해보면 다분히 시대반항적인 겉멋과 난 남들과는 다르고 앞서간다는 과시적 취향을 드러내기위한 글쓰기였던 느낌이다.국내 소설보단 프랑스나 일본 소설을 주로 읽었고, 영화도 꼭 고전영화나 B급 영화를 찾아봤었으니깐.


어찌됐든,

과거는 뭐 그래 그쯤 묻어두고 이제는 좀더 진실된 글쓰기와 책읽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기억력이 좋은것도 아니라서 읽은 걸 써보고 또 누군가한테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책에 대한 감상이 좀더 오랫동안 머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업무 특성상 행정 용어들과 개조식 글쓰기에 지친 좌뇌는 잠시 쉬게 해두고 감성과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볼 작정이다. 잘 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월 흥미가 가는 책을 읽고 감상을 쓰고 독서모임도 해볼까 한다.


그 첫번째 시작은 기획자 최장순님의 <본질의 발견>이다.

이 책을 선택한 데에는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불만족의 원인을 업의 본질로 파헤쳐보며 해결방안을 한번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술보다는 디자인, 마케팅보다는 브랜딩, 비전보다는 미션, 목표보다는 본질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더 끌렸는데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작가의 생각이 나의 그것들과 일치되는 느낌이라 우선 기분이 꽤 좋았다. 처음엔 철학과 언어학을 공부한 작가의 책이라 지나치게 이론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약간 있었는데, 왠걸 오히려 꽤 실용서에 가까웠다. 관념적으로 머리속을 맴돌던 단어들을 잘 버무려서 어떻게하면 비즈니스 전략에 녹일 수 있을지에 대해 적절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반복 학습을 시켜준다. 반복학습이 참 무섭다. BEAT가 며칠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업의 본질을 발견하면 이기는 전략이 된다니 참 구미가 당기지 않은가.


Business definition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Experiential problem 고객들은 무엇을 불편해 하는가

Actual solution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Thrilling Concept 업의 존재 이유, 전율을 일으키는 컨셉


내 일에 적용해 보기

BEAT전략을 내가 하는 업에 한번 적용해서 생각해보자. 현재 내가 다니는 이 회사의 미션은 국민행복과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디자인혁신기관이다. 국민과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수요기업을 고객으로 일하는 곳이다. 문제는 고객들이 이 회사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 하다못해 디자이너들조차 생소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부 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인식이다. 조직 외부의 브랜드 전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회사 내부 브랜딩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니깐.


최근 사내 혁식팀에서 이상적인 조직이라는 주제로 사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OB들과 YB들이 느끼는 조직에 대한 만족도 차이가 매우 큰 결과가 있었다. 10년 미만 근속자들이 느끼는 불만과 인식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고 퇴사한 직원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못해 처참했다.

사내 브랜딩 전략을 위한 고객을 내부 직원 중 YB 그룹(나포함)으로 보고, 그들이 회사에 느끼는 문제점을 '의미없는 일을 하는 기분이다.'라고 요약해 보자. 그리고 의미없는 일을 하는듯한 기분이들게 만드는 요소들 중 몇가지만 추려보면 이렇다.


1. 소모적인 행정과 보고서 작성

2. 능력없고 일안하는 일부 상급자들

3. 공감되지 않는 비전

4. 서로 딴소리하는 이해관계자들

등등...


단순한 발견은 디자인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전혀 디자인과는 관련없이 일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아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얼마전 창업 3년만에 기업가치 1조원 클럽인 '유니콘'기업으로 인정받은 토스의 성공담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기업의 성공요인을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사내 문화를 혁신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대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믿음은 이렇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한다. 다만, 일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가 있을 뿐


그래서 단지 일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들을 제거해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 수용한다. 완전한 업무 위임이라는 자율을 주는 대신 책임과 최고의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단, 실패하는 것보다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내 복지와 근무 환경 개선에 회사는 재정의 마이너스를 감수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완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회사의 비전이 세상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믿음과 목표가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그래서 이 회사의 컨셉은 가족같은 문화가 아닌 신뢰와 퍼포먼스 중심의 스포츠 팀이다. 적자생존의 실리콘벨리의 기업문화와도 닮아있기도 하다.

재밌겠도 토스를 알기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배달의 민족의 경우도 내부 브랜딩과 확고한 컨셉 내재화를 통해 조직 혁신을 이뤘고 대외적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내가 일하는 회사를 보면 이렇게 쿨한 기업문화를 따라가기엔 사실 험난한 장애물이 상당히 많다. 변화에 보수적인 조직이라는 점과 일 못한다고 해고할 수도 없는게 기본적인 구조다. 영리 목적의 기업이건 비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이건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 차원에서 조직 문화가 후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나마 사내 디자인 혁신팀이 꾸려지고 나름 내부 브랜딩을 위한 여러가지 실행방안들을 모색하고 적용해 오고있다. 하지만 일하기 싫고 의미없는 일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요소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아직 없다고 본다. 아니 현재만 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모습이다.


본질로 돌아가서 디자인 혁신 조직이라는 기업의 미션을 내재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부 직원들 대상의 디자인 마인드 확산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년 이상된 보직자와 OB들을 위한 심화 교육이 절실하다. 리더로서 사내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사람들의 마인드가 디자인 씽킹은 커녕 '옛날에는 말이야'식의 답답한 사고방식이라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


그렇다면 전율을 일으킬 만한 컨셉은 무엇일까.

무인양품의 강력한 컨셉을 만들고 성공적인 브랜드로 이끈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것은 일상의 디자인이다. 생활의 틈새로부터 평범하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놀라게하는 발상이며, 역사와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한 본질의 발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디자인은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이면에 흐르는 본질적 가치에 무게 중심이 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도 중요하지만, 커피의 품질과 은은하게 퍼지는 향, 사무실 조명의 따뜻한 색온도, 겸손한 대화방식, 큰소리는 밖에서 하는 배려 등 사소한 일상의 변화를 실천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런의미에서 우리 조직이 좀더 일하기 좋은 곳이 되기위한 컨셉으로 위에서 언급한 일상의 디자인(Daily Design)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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