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명 Mar 18. 2020

부천아트벙커 B39 공연후기

작년 ACC 레지던시 작업인 #shapeofgreed 라이브버전 초연.


- 아래의 글은 다른 매체에서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음. 




0. 이제야 올리는 2월 15일 토요일 자 B39 공연 사진. 


돌아보자면, 여러 가지로 수확이 있었던 공연이었음. 


하나, fender jaguar를 처음 공연에 써본 것.

둘, #shapeofgreed의 라이브 셋을 만들고 초연한 것.

셋, RME TotalMix 사용법 업데이트. 

넷, 돌발상황 대처.

다섯, bulssazo 후드티 입고 공연.

여섯, 하고 싶은 거 하자. 


하나 : 사실 이 기타는 작년 말 인천아트플랫폼 공연 때도 쓰일 뻔했었음. 리허설 주간에 세팅해보고 연주까지 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음. 사운드적인 문제라기보단 쓰던 기타(아이바네즈 RG시리즈, 슈퍼스트렛)와 프렛 수가 달랐고, 특정 곡에서 바이올린 활로 보잉을 해야 했는데 송진이 락카피니쉬에 떨어지는 게.. 싫었기 때문임. 지금은 단종된 62 reissue 미펜이기도 하고, 첫회사 다니면서 어떤 기타를 살지, 중고매물은 있나 한 6개월 고민하다 샀던 거라 더 애지중지 하는 것 같음. 그런데 웃긴 게 어렸을 적 재규어 기타는 '로또 되어도 안 산다.'라고 할 정도로 취향에서 벗어나는 기타였음 ㅋㅋ (특히 지금의 선버스트!) 아 물론 로또 되어서 산건 아니고.. 고등학생, 대학생 되면서 프로그레시브 락, 슈게이징, 포스트 락을 특히 많이 들었는데 이 때문인지 기타 톤들을 인지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졌었음. 그러다가 플로팅 암의 묘미라던가, 스트렛과 텔레 사이의 오묘한 소리, 특유의 그릉그릉 함 같은 것에 매력을 느껴서 마음이 바뀌었던 걸로. 여하튼, #shapeofgreed 라이브의 사운드 텍스쳐는 이걸로 그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사용했고, 만족스럽고 좋았음. 


둘 : 작년에 광주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레지던시 결과물로 만든 <#shapeofgreed>는 사운드적으로 많이 타협 본 결과물이었음. 설치작업이었고, 그룹전에서 선보일 거라 일단 볼륨부터가 많이 확보될 수 없었음. 그런 서러움? 을 풀고자 라이브 셋으로 선보인 것임.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만큼 하려고 했지만.. 사실은 가족관객이나 어린애들 눈치가 보여서 80% 정도만 하고 말았음. 괜히 부담스러워서 공연 전에 마이크 잡고 당부의 말씀을 드렸지만(난 분명 사전 고지했으니 하고 싶은 만큼 할 거야) 하다 보니 괜히 눈치가 보여서(아 더 해도 되나..? 아직 성에 안차는데) 적당히 절절한 선에서 마무리했음. 


셋 : 내 장비가 아니다 보니 항상 쓸 때마다 생경한 느낌임. 그래도 이렇게도 사용해보며 경험치를 쌓음.


넷 : 세 번째 것과 맞물려 리허설 때 문제가 있었는데 잘 해결되었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니 좋은 경험을 했다고 봄.


다섯 : 애정 하는 bulssazo 굿즈를 입고 공연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같은 느낌이 있었음. 재작년 전시 오프닝 할 때는 bulssazo 굿즈 티셔츠를 걸어놓고 공연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입고해서 뿌듯함.. 그때 걸어놓은 셔츠에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에서 발췌한 구절이 프린팅 되어있음. 텍스트와는 대비되게 엄청난 노이즈 월로 공간을 채우는 퍼포먼스를 했었는데 이 장치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여섯 : 공연 끝나고 환호성을 들을 때는 어리둥절했음. 태어나서 잘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내가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에 대해서 환호성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달까.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음. 일반론으로, 내가 뭘 어떻게 하든 결과, 성과, 타인의 반응은 온전히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음. 그런 점에서 하고자 하는 바,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온전하고 충실하고 진실되게 임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듦. 그리고 이쯤 하면 스스로가 어떤 타입의 사람이든(남의 시선, 결과에 민감하든 아니든) 결과에서 초연해지게 된달까. 그렇게 해서 얻은 성취감들이 덤덤하게 다음 스텝을 밟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음. 
 
+ 공연 전후로 흥얼거리며 휘파람을 불었던 곡이 있음. 이병우 씨의 자장가(돌이킬 수 없는 걸음) 클래식 기타 연주곡(온 스테이지 라이브 버전) 임. 공연 끝나고 타다로 짐 싣고 집 가는 길에도 들으며-불렀는데, 옆에서 공연 전후의 나를 지켜봤다면 좀 섬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나에겐 둘 다 똑같은 소리이자 음악이지만.


+ 불싸조의 한상철 씨가 공연 때 내비치는 사운드에 민감한 모습이 이제는 완전 공감이 됨. 기타 와이어리스를 이용해 객석의 위치에서 사운드를 모니터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아.. 확실히 내가 모니터 스피커로 모니터링하는 소리와 공간에서 관객이 인지하는 소리랑 차이가 크구나 싶음. 이번 공연 중에도 내가 쌓아가는 세밀한 노이즈들이 공간에선 어떻게 울려 들릴지, 큰 노이즈 덩어리가 뒤쪽까지 쭉쭉 뻗어갈지 전혀 가늠이 안되니 답답하긴 했음. 그래서 모니터는 최대한 줄이고 공간의 음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했었음. 원하는 사운드를 공간에 그려내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음. 

매거진의 이전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Talk 2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