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생각보다 이름을 많이 짓고 있고, 지어진 이름의 파급력은 크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 이상으로 이름 짓기를 하고 있으며, 그 인지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 짓기를 더 잘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에서의 방화벽(firewall)을 떠올려보라. 그 이름이 만약 우비(raincoat)였다면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두 이름 모두 외부의 자연적인 무언가(불/물)를 막는 용도이지만, 방화벽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레인코트는 사물처럼 느껴진다. 이름에 따라서 서비스의 구조, 느낌, 기능이 달라질 것이다.
프로그래밍에서도 네이밍은 중요하다. 변수와 함수가 의미하는 바에 따라서 사람들의 인지부하가 달라지며, 그렇게 만들어진 코드는 가독성이 달라질 것이다. 이는 팀원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인지적인 부하를 줄이거나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슬랙이나 디스코드 채널명 이름 짓기도 간과하기 쉬운 영역이다. 어떤 채널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며 대화도 활발하지만, 그렇지 않은 채널도 있다. 채널 이름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장소를 인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하다. 아내와 가족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기로 했을 때의 일이다. '회의'라고 하면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어 항상 카페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가 가족회의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무엇을 위해서 하려고 하는 거였죠?"
"음, 우리가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재테크나 데이트, 행복하게 지낼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죠~"
"그러면 행복해지는 것을 설계하기 위한 거네요?"
이후 우리는 가족회의를 '행복설계시간'으로 변경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먼저 행복설계 시간을 갖자고 주말 스케줄을 제안해주기도 했고, 행복해지기 위한 대화 역시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삶 속에서 이름을 지어야 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으며, 그 이름은 생각 이상으로 파급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