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감지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게 된 것>
(1)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진행자가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1분에 가깝게 자기소개를 하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2분의 준비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이게 대체 뭐지?’ 싶었다. 이렇게 하는 기대효과가 뭔지, 그 기대효과가 스스로를 잘 드러내고 협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테이블에 긴장이 흐르고, 다들 각자 뭔가 적기에 바쁘다.
예전 같았으면, 속으로 못마땅해하며 대충 시키는 걸 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2분의 준비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앞으로의 시간에도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게 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앞쪽 순번이었고, 이렇게 먼저 말했다. “길게 해도 되죠?” 담당자는 그래도 상관없단다. (사실 이건 김창준 님이 공유해 주신 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예전에 외국인들이 모이는 즉흥연기 모임에 참석했는데 호스트가 나와서 연기해볼사람 있냐고 했단다. 그때 창준님이 “잘 못해도 되죠?”라면서 무대로 올라가셨다고. 그 상황에서 본인과 주변의 역동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시라) 나는 이어서 “의도하신 거랑 다르게 해서 죄송한데, 말씀하신 대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이 시간이 우리가 서로 알아가고 협업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라면서 나는 여러분들과 어떻게 협업하게 될 거며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일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더했다. 그랬더니 앞선 자기소개들에 비해서 훨씬 더 자유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자기 이야기들을 하시더라.
(2)
다음 아이스브레이킹 순서는 질문카드를 가지고 그룹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카드에 적힌 질문을 서로 나눠보라는 건데 훑어보니 질문들이 농담 따먹기처럼 피상적이거나, 쓸데없이 진중한 것들이 섞여있었다. 진행자는 카드를 하나씩 까보거나 임의로 골라서 이야기해 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의미 있게 시간 보내는 것을 무작위성에 기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카드를 모두 펼쳐서 "어떤 이야기를 해보는 게 우리한테 도움이 될까요?"라고 그룹에 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카드의 질문도 애매하고,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어서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 싶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 남아있는걸 계속 질문하는 방법도 있고, 카드 상관없이 서로에게 궁금한 거 물어보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하니까 다들 "오 그거 좋은데요?"라고 반긴다. 안색이 바뀌면서 서로의 부서나 업무에 대해 궁금한 걸 질문하는데, 이렇게 에너지가 단박에 달라지는 게 신기했었다.
(3)
자신을 소개하는 텍스트를 제출하라고 한다. 자기소개, 좌우명에 내가 주로 적는 말이 있다. 켄트 벡의 저서 <익스트림 프로그래밍(Extreme Programming)> 서문에 있는 세 문장을, 글자수 제한 때문에 한 문장으로 축약해서 적어낸다.
"상황이 어떻건 간에, 우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부터, 개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