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직업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얼마 전의 일이다.
아내와 데이트를 하다가 우연찮게 모 갤러리에 들리게 되었다.
마침 어떤 외국작가의 전시를 오픈할 때였나 보다. 작가가 방문해서 인터뷰와 기타 행사를 마쳤던 것 같다.
입구에 걸려있는 작가인터뷰 등장인물과 흡사해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전시장을 둘러봤다.
나가기 전에 입구의 인터뷰 영상에 다시 눈이 갔다. 마침 영상의 시작 부분이었다.
대략 "내 소명은 ~ 한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입니다."라는 한글 자막으로 시작되었지만, 분명히 영어 자막과 음성은 "My Job is ~"로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 뭐 calling이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작가적 소명의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 나이 든 작가의 말투는 비장하지도, 우월함에 찬 무언가도 아닌 그냥 덤덤한 톤이었다.
뭔가 멋있어 보였다.
어쩌고 저쩌고 한 아름다움을 그리는 일? 그게 뭐 대단하고 의미 있냐고 물을 수 있다. 실용적이지도 않고, 인류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아닌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냥 그게 자기 일, 직업이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내에게 계속 이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직업을 뭐라고 정의하겠느냐고 묻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내 일평생의 일이라고 명명할만한 것은 무엇일까 숙고하기도 했다.
지금 글 쓰는 시점에서 당시를 돌아보니 또 여러 생각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나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꾸준히 지속해 온, 그 여정이 멋있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일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에게서 그 축적된 시간을 엿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