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가 망할 것 같은 이유

조직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가?

by 무명


이상하다.. 속칭 AX 한다는 조직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조직에 기술을 전파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고민을 못/안 해봤다는 것이 느껴진다.


대부분 어떤 툴, 서비스,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에 기술적으로 치중한다. 근데 그건 AI가 없을 때도 했던 일이다. 슬프지만, 개발자들을 어떻게든 갈아내면 몸 비틀면서 만들어냈던 것들이었다.


이 문제 해결에 있어서 Implementation science라는 참고할만한 학문분야가 있다. 그런데 이걸 아냐 모르냐, 적용 유무를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조직에 어떻게 변화를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부재하는 것 같다.


나는 조금 더 사람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의 언러닝 (종종 자조적으로 ‘사파’인 것 같다며 이야기하는)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개발과 데이터로 문제들을 해결해 왔고 해결할 수 있으나, 진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것들을 쓰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내 도구들을 모두 내려놓는 선택지도 고민해 본다는 거다.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법을 모르진 않는다. 잘~ 자고, 먹고, 운동하고. 연구 결과들과 지침은 비교적 명확하다. 좋은 비만약이나 보조도구, 서비스들은 많다. 그럼에도 다이어트, 그걸 넘어선 건강한 삶을 사는 건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이런 사람, 그들이 모인 조직을 도와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접근할 것 같은가? 익숙한 도구로 먼저 다이빙할 것인가?


떠오르는 몇 년 전 경험이 하나 있다. 회사 스태프 분인데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과자를 구비해 놓는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잘 먹는 과자들을 파악해서 주문하고 싶다고 한다. 근데 나는 그게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느껴져서 좀 더 이야기를 해봤다. 그게 잘 되면, 지금 이 공간에서 어떤 행동들이 많이 일어나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행동들이 관찰가능해지는지 물었던 것 같다. 그분이 바라는 바는, 사내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며 교류가 더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게 어디서 일어나야 하느냐 물으니 공간에 있는 미팅용 스탠딩 데스크를 가리키셨다. 나는 지금 탕비실에 있는 과자를, 사람들이 먹기를 기대하는 과자를 그 데스크에 올려놓으라고 했다. 동시에 작은 쓰레기통을 옆에 놓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이 지나고 과자를 얼마나 가져갔는지, 그 옆에 얼마나 과자봉지가 버려지는지 확인해 보자고 했다.


그냥 지나가면서 나눴던 몇 분의 짧은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데이터가 어떻고 설문이 어쩌고 자동화가 어쩌고 했으면 상황은 아주 다르게 흘러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급진적인 마무리지만, 나는 AX 어쩌고로 이야기되는 조직의 변화 만들기가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본다. 개인과 조직의 관성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새로이 만드는 게 더 싸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인식되는 시점이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 기민하게, 적응력 높은 조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칼을 빼드는 조직이 유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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