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요양원 속으로_12화
사회복지사도 감정이 있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웬만해서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인데 그날따라 운이 없었는지 사무원이나 다른 직원이 자리에 있지 않아 대신 보호자 전화를 받게 되었다.
마침 담당하고 있는 어르신의 보호자였다. 병원을 제 집 드나들듯, 입퇴원을 식사하시다시피 하는 국가 유공자 어르신. 지적 장애 아들을 두고 있는 보호자들이라 최대한 살갑고도 정중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그게 종종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가 그때였나? 전화통화를 통해 어르신이 피부 각질로 인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몸에 옴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보호자의 말이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톤으로 내 귓가에 들려왔다.
이때부터가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이럴 때 감정을 넣어 안타까운 듯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한마디로 상대 빙의-그것도 모른 채 나는 그저 "아, 어떻게 그런 일이, 죄송합니다"-라고 단답형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서 방역을 좀 해야 하지 않냐?라고 따지는 식의 보호자 말투에 나도 모르게 과묵한 정도의 톤으로 주기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었는데요......
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래선 안되었지만 그 말을 들은 보호자는 '그 옴이 지금 전 입원 병원에서 옮았다'라는 말로 반문한다.
그냥 공감하며 '많이 힘드시죠'라고 해야 했을 것을, 기분이 조금 오르다 보니 맞대응하는 것 같은 톤이 나온 듯싶진. 그러다가 정리하듯 나는 간호사가 직전 퇴직했으니 다른 분께 전해 연락드리게 하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답변이 없이 조용한 보호자. 한 참 뒤, "그러니 방역에 신경 쓰라고요." 식의 말투. 알겠습니다.
실은 그 사람은-좀 기분이 나빠-안쓰럽게 위로받거나 큰 사과나 사죄를 바란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전화를 끊은 줄 알고, '이런****가 전화를 이 따위로 받아.'란 식으로 혼잣말하며 전화를 끊었던 것 같았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다시 '욱' 한 감정이 스스로를 절제시키지 못하고,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인폰으로 "제게 왜 욕을 하십니까."라고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보호자에게 할 말 하듯 해댔다. 이렇게 대꾸하며 보호자와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대화를 마무리했다. 결국 뒷수습은 죄송스럽게도 상사의 몫이 되어버렸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직업상 욕이란 듣지 않고, 쓰면 곤란하단 생각에 혼자는 되네요도 타인에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내게 쌓여 있던 것이었다.
이처럼 무슨 일이 발생해도 직장 속 직원이란 을! 직장의 안녕에 초점을 맞춰야지 개인의 기분 나쁨에 흥분을 금치 못하는 것은 한때 보호자인 갑에 대한 불손함이었다. 물론 사회복지사로서 이러한 행동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 요양원 속에서의 생활이자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건이 넘쳐나는 일상의 하루이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사도 감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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