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속으로 시즌3_9화

잘 가요, 일본 대위의 아내

by 웃는식

유난히 흥이 많으셨던 어르신이 계셨다.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입사 전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의식불명으로 한차례 고비를 넘기셨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사인 내가 처음 목격한 어르신의 인상은 노래가 시작되면, 춤이 자동 발사하듯는 따라온다는 기억이었다. 여린 모습에 비해 목소리는 걸걸하시고 곧 잘 노래도 따라 부르시던 흥부자 어르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은 노래활동이나 노래교실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 어르신을 먼저 밖으로 모셔서 함께 참여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 "나, 일본서 살다왔어, 우리 아저씨가 일본군 대위였어." 이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나 이 말씀이 어르신이 하신 이야기의 전부였다. 그 이외의 자세한 기억은 없으셨고, 해방 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지, 슬하에 아들 하나, 현재는 양자로 입적한 조카를 주보호자로 지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어르신은 갑작스러운 고관절 골절로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 어르신의 보호자들은 추가적인 치료나 연명을 거부했다. 기초수급자 어르신이었지만 통장관리는 양자인 조카와 며느리 내외의 몫이었다. 그저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어르신이 노환으로 돌아가시길 바라는 모양새였다. 그 결과 변변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6개월간 침상 생활을 하시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하루, 하루를 간신히 버티셨던 것은 아닌지 그 어르신을 바라볼 때면 한숨만이 앞서게 되었다. 그 한숨이 모든 걱정이었으며, 안타까운 마음인 것이었다.


노랫소리 들리는 스피커를 통해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며 팔을 뻗으시고, 춤사위를 펼치시던 어르신. 음악에 맞춰 작고 거친 목소리로나마 노래를 따라 부르시던 어르신. 특히 '섬마을 선생님-이미자 곡-을 좋아하셔서 들려드리면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 임종 얼마 전부터 곡끼를 끊으시고, 하늘의 부르심을 받게 되었다. 식욕촉진제 등을 권하는 간호사의 말에도 그냥 영양제 하나 맞춰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던 야멸찬 보호자의 처신.

이름 모를 일본군 대위의 부인이기도 했고, 현재 법정 나이보다 7~8세 많다며 살만큼 사셨다고 여기는 보호자들. 이렇게 보호자마다 자신의 부모, 혹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보니 그것도 비교가 되어 씁쓸했던 요양 시설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또 임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의 명복을 또 빌고 만다.


#사회복지사 #일본대위의 아내 #요양원 속으로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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