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_요양원 속으로

어르신 생사에 대한 미묘한 감정, 반응

by 웃는식


요양원은 호스피스 병동과는 분명 다르다. 필요하면 적극 치료에 응하고, 생명 연장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대부분 보호자들은 이곳-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시길 바라시는 분들이 많아ㅈ안타깝다. 얼마 전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었을 때도 노인 인구 7~80% 이상이 과거에는 자신의 집이 아닌 요양원, 병동 등에서 마지막을 보낸다는 통계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사로서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미안한 감정만이 가득하다. 이것도 딜레마의 하나이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40대~50대 세대들 다수는 조부모님과의 안녕을 고했거나 이를 앞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 대부분의 마무리는 연명 치료보다는 자연사에 가까웠던 임종을 맞이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도 본인들이 원하는 집에서. 예전 시대의 '죽음이란'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우리 선조 대부분이 자신의 집이나 가족 앞에서 마지막을 보냈던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던 시기도 있었던 것이다. 반면, 요즘 시대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으셨다면 최대한의 의료 혜택을 받았을 테고, 연명 또한 가능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과거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는 자연사에 가까운 '노환'이란 병명으로 세상과 작별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경우에 빗대어 보자면 요양원 어르신들의 경우 꽤 안타까운 사연이 많이 발생한다. 하나의 사례로 의료진의 노고로 한 번 고비를 넘긴 어르신이 계셨다. 아침 식사 후 걷기마저 곤란하고, 의식마저 온전치 못했던 어르신이셨다. 빠른 응급처치와 산소호흡기로 어르신의 건강 상태는 조금이나마 이전 상태로 돌아와 다행스러운 상황이었다. 이후 어르신의 상태를 빠트리지 않고 보고, 병원 진료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어르신 상태가 회복된 후 담당 간호사가 다시 보호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화가 날 정도로 돌아오는 보호자의 말은 이러했다고 한다. "가급적이면 요양원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이었지만 청천벽력 같은 마음, 배신감마저 느껴지던 보호자와의 통화 내용이었다.

이 어르신의 경우에 의식도 흐릿하고, CT 촬영 및 허리 X-ray 촬영을 해 본 결과 허리디스크 쪽이 조금 내려 안은 상태였고,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담당의는 입원치료를 권했다. 그럼에도 보호자분께서 절대 원치 않았다. 이럴 경우 어쩔 도리가 없다. 얼마 전에도 "병원비가 얼마나 나온 지 아느냐."라고 이야기하며 그냥 요양원에서 마무리되는 걸 바라는 보호자가 또 하나 있었다. 어르신 본인의 의사는 어떨지 모르나 그저 금전적인 것에 반응하는 보호자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커졌다. 물론 보호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교는 어렵지만 요즘 사회에는 반려견, 반려묘에게도 20만 원~30만 원 이상의 돈을 투자하는 데 우리를 키워주시고 보듬어주신 부모님에 대한 기본 도리, 그 사랑은 우리도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제삼자의 상황에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일화였다.

연명 치료 혹은 자연스러운 마무리라는 차원의 죽음으로 향하는 길. 법적인 딜레마를 떠나서, 집 안 사정이 어떠한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그 차이 이상의 수많은 논쟁거리나 사정으로 어르신의 생사를 이어가거나 가로막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마음도 씁쓸하다. 태어나는 건 정해지지 않았으나 가는 건 상황에 따라서도 이미 정해질 수밖에 없는 애처로움 가득한 노년의 삶. 그래서 왠지 중년에서 노년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기쁘지 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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