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90년 십 대 중반을 숨 가쁘게 달리고 있던 시대! 내게 찾아온 또 하나의 대중 가수. 청순미를 뿜어내며 미국에서 건너온 멋진 여성 가수 강수지 님의 데뷔 해였다. 미국 MBC대학가요제 예선 금상 수상에 빛나던 보랏빛 향기의 '강수지 님' 당시 기사나 인터뷰에 따르면 가방 하나만 둘러메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 쓰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찾아간 곳은 70~80년 대 영화계를 주름잡던 하이틴 스타 송승환이 맡고 있었던 기획사 환 퍼포먼스라는 대중 예술, 음반 회사였다. 이때부터 그녀의 승승장구는 시작된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 대한민국 가요계를 강타하는 또 한 명의 아이돌스로 발돋움하게 되는 그녀. 자작곡 보랏빛 향기를 거쳐 2집부터는 강수지 하면 윤상이라는 작곡가를 대략 떠올리게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2년 전 KT&G 상상마당 대치 홀 콘서트에서도 작곡가 윤상에 대한 추억을 언급한다.
게다가 아예 자신의 콘서트 콘셉트를 윤상의 음악으로 함께 하는 무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물론 아직 그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그 당시 콘서트 객석을 메웠던 팬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강수지와 윤상의 무대를 항상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약간 안타까운 것은 가수로 줄곧 활약했던 그녀가 '비비아나 수'의 대표로 활동하며 사업가의 면모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그녀의 첫 콘서트 첫 곡이었던 '시간 속의 향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첫 곡으로 시작한 긴장감도 있었겠고 오랜만에 함께 하는 자리에 강수지 님 또한 떨리는 마음이 더했는지 최선의 컨디션으로 첫 곡을 소화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감격하며 뜨거운 박수를 치고,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이 마치 '시간 속의 흐름'을 보여 주듯 인생무상?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구나.라는 마음을 들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이어진 그녀의 히트곡 행렬과 고인이 된 아버지와 관련된 사연은 심금을 울렸던 무대 그 자체로 기억된다.
현재도 자신의 삶에 충실히 하는 가수이자 사업가 강수지. 그녀의 전성기 1990년대는 어떠했을까? 말 그대로 강수지 천하라고 해도 거짓이 없을 것이다. 1990년 1집 긴 머리에 눌러쓴 모자에 45도 각고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단아했던 모습의 재킷. 그녀의 타이틀곡 제목 '보랏빛 향기'처럼 퍼플 향 가득한 1집 앨범의 재킷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마 이 테이프를 처음 사게 된 계기가 TV 연예 프로그램의 가수 강수지 님의 데뷔 모습을 통해서였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된다. 10대 사춘기 시절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누님 가수 강수지. 우스개 소리 같지만 아마 그 당시 십 대 남자 팬들은 어서 성인이 되어 그녀를 만나기만을 고대했을지도 모른다.- 그 설렘을 35년 만에 필자는 이룬 것이다- TV를 챙겨보며 테이프 겉 비닐이 바래질 때가 듣게 되었던 1집 '보랏빛 향기'. 이 곡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친구에게'라는 곡을 무척 좋아했다. 쓸쓸한 멜로디에 잠겨 어린 나이임에도 과거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회상하듯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봤자 전학을 오기 전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 간의 추억일 텐데 그 노래가 왜 이리 아련하게 들려왔는지 나름 감수성이 넘쳤던 중학 시절이 아니었었나 회상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강수지 1집은 많은 남녀 청소년 팬들을 양산했고, 꾸준히 그녀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오르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추억이 필자에게도 있었다.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무슨 용기에서인지 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며 2시간 가까운 거리 정동 MBC 라디오 극장으로 달려갔다. 이처럼 주체할 수 없는 기대감에 강수지 님을 만나러 간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어린 시절 사촌들과 주말을 이용해 들렸던 정동 MBC 라디오 극장. 지금이야 추억으로 묻혀 사라진 방송국 자리이지만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는 정동길, 그리고 MBC 라디오 극장은 청소년들의 꿈과 낭만으로 인산인해 했던 곳이었다. 라디오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인도에 늘어선 행렬. 오늘은 누가 출연하는지 그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은 그곳에 모인 청소년들에게 묻기도 했다. 필자가 강수지 님을 만나기 위해 향했던 정동 극장은 다행히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이라 한산했다. 방송 중간 조용히 스튜디오 객석으로 향했던 기억. 당시 어리고 수줍은 마음에 앞 좌석 자리가 상당수 남아 있었으나 용기 내 앉지 못하고, 중간 즈음 좌석에 앉아 강수지 님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 출연자 중 '젊음의 행진'이란 프로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셨던 '유숙'이라는 가수도 강수지 님과 동반 출연을 했던 날이었다. 또래 친구 사이이자 동시대 라이벌의 시작을 알리던 강수지 님과 유숙님. 결과적으로 보자면 아이돌 가수 강수지 님은 히트곡들이 계속 인기를 끌며 연예 활동을 이어갔지만, 유숙 님의 경우 짧은 가수 생활을 마치고 '서편제'의 명 연기자 김규철 배우님과 결혼과 동시에 방송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 당시 강수지 님은 자신이 팬들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많은 팬레터를 받을 때 기분이 어떠한지? 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강수지 님은 이렇게 말했다. '혹시 편지나 선물에 팬들의 집 전화번호가 같이 적혀 있다면 아주 간혹 팬에게 감사 전화를 한다'라고 답을 하시던 순간. 아 내게도 저런 꿈이 정말 이뤄질까? 하는 생각으로 바로 집으로 가서 기나긴 팬레터를 적어 강수지 님의 소속사에 보낸 기억이 난다. 물론 그녀의 연락은 받을 수 없었으나 그 기다림 그 때만은 설레었던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으나 아직도 현실처럼 그녀의 가수 컴백을 고대하며 살고 있다.
#보랏빛향기 #강수지 #청순미 #남자팬의 로망 #시간 속의 향기 #8090 대중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