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는 짧게 그 당시의 상황을 글로 남겨 두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두 번이나 황당하게 다가오다 보니 길던 작든 내일을 위해 미리 저장해 두는 것이 났다는 생각하에 글을 남겨 본다.
지난 6월 3일 대선 투표 상황을 지켜보며 야근을 마친 후 4일 퇴근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TV를 보다가 집에 남겨 둔 진통제와 소염제를 먹고 잠시 잠을 자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약은 세 종류였다. 소염제, 근육 이완제, 블루펜 계열의 진통제가 다였다. 얼마 전 허리 통증으로 받아 둔 약이었는데 통증이 완화된 후 남겨 둔 것이었다. 약간 뻐근한 기분도 들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약을 먹은 것이 독이 되었다. 누운 지 10분이 지난 후 목과 눈 주위가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후 온몸 전체로 퍼져나간 간지러ㄷ으로 인해 안 되겠다 싶어 샤워를 했다. 이게 더 큰 화근, 첫 경험이 화가 된 것이다. 머리가 미치도록 간지러워져 샴푸를 뿌려 거의 세척하듯 박박 문질렀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기력이 거의 소진된 느낌이었다. 속옷조차 입지 못한 채 반바지만 입으며 추후 상황에 대비하듯 자리를 이동해 비데가 있는 화장실로 이동했다
큰일을 보고 모든 걸 마무리했다고까지 생각이 나던 찰나 나는 아이들 화장실 샤워기 밑에 쓰러져 있었다. 어딘가 얼얼했고, 코를 풀자 피가 흘러나왔다. 콧등도 뭔가 부딪힌 듯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은 아직도 흐리멍덩했으나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려 하다가 속을 게워내고 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조금 나아지나 싶었으나 몸에 힘은 붙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설설 기며 아이들 방바닥에 누워 몸이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화장실은 아마 무법천지가 되었을 테고 코를 살짝 풀다 보면 다시 피가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팔과 얼굴에 피를 닦고 말았다. 조금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제대로 가늘 수 없을 정도였으며 하얀 창밖이 옅은 보랏빛으로 보였다. 간신히 안방 침대에 누워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청했다. 처음과 중간보다 완화된 상황임을 느끼긴 했다. 약간 정신이 다시 멍해지더니 잠이 든 것 같았다. 이후 장모님이 오셔서 전쟁터와도 같을 화장실을 청소해 주신 것으로 기억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가 엄마에게 좀 더 잘하라는 하소연 섞인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숨 자고 나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물론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죽을 것 같은 감정을 처음 느낀 '아나 플랙스' 현상. 다음날 내과 검진을 가보니 약의 부작용이나 알레르기로 인해 그러한 증상이 발견되는 환자가 다수라는 말을 해 그 상황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진 것이다.
약이 며칠 지나 변색된 것인가? 하지만 약을 처방받은 의원에 물어보니 그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 약이 현재는 몸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후 안정을 찾고 다시 허리 통증이 재발해 6월 말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처방을 받고 상담을 나누며 두통약의 문제일 수 있으니 그 약은 바꾸고 다른 소염제나 완화제는 그대로 복용해 보라는 이야길 전하셨다. 또 다른 화근은 그 이후 발생한다. 집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2시간의 잠을 취했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면도 한 목 주변이 간지러워졌다. 잠시 후 손이 붉게 변하며 부어가면서 간지러운 증상이 더해졌다. 이어서 머리까지...... 전과 같은 동일한 상황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에는 전조증상을 알기 때문에 몸 움직이는 것을 자제했다. 소파에 대기하며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결국 속이 메스꺼움을 느끼고 매트 위에 토를 하고 말았다. 역시 그다음 과정은 첫 번째 과정과 동일했다. 죽을 만큼 힘든 것은 아니었으나 얼굴이 경직되고 말이 어눌해지며 입술 아랫부분이 저번처럼 부어올라 말이 약간 어눌해진 것 같았다. 입안의 음식을 게워내다 보니 식도에도 통증이 느껴지고 결국 모든 것을 게워낸 후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처럼 느껴지긴 했다.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리고 간지럼증 예방약을 구입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전화가 왔으나 다시 받지 못하다가 다시 힘을 내 이제 조금 진정은 된다고 이야기하고 괜히 119를 부를까 봐 사전에 상황을 마무리했다.
마침 저녁 근무 날. 조금 지나면 회복되겠거니 여긴 것이 6시가 넘어도 차도가 없자 교대 담당자에게 문자를 해 사정을 말하고 대리 야근을 부탁한다고 팀장에게 전달을 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근무자분이 야근을 해주겠다고 승낙했다는 소식을 팀장의 전화로 확인했다. 하지만 조금 안타까움이 없지 않아 들었다. 먼저 상대의 상태 안부를 묻는 것이 기본적 예의일 텐데-지위를 떠나-조금 더 일찍 연락하지 그랬냐는 투의 말씀이었다. 일단 그 정황을 설명하며 거의 졸도 상태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조금 진정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는 상황을 말씀드렸다. 오히려 내가 더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우선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하루의 휴식을 갖고 내일 출근할 수 있음에 한고비는 넘겼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걱정하는 눈빛으로 '아빠 괜찮아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래서 가족이구나. 남과 다른 것이 가족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당분간 허리 통증이 있더라도 운동이나 물리치료로 극복해야지 약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트라우마가 된 것처럼 느껴지긴 했으나 이 또한 극복하는 것도 성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그간 너무 나약하고, 쉽게 쉽게 살아오려 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던 사건이었다. 아프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시간. 내겐 필요했으며 이런 하나의 이슈가 또 다른 성장을 길라잡이가 되리란 확신을 가져본다. 아프더라도 그 방법을 뛰어넘을 다른 대책의 마련,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강한 삶의 교훈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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