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세대의 추억 사카이 이즈미

ZARD라는 그룹의 사카이 이즈미

by 웃는식

이 누나의 사진, 음악을 들을 때면 절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현실적 아픔, 슬픔이 밀려온단 생각에 눈물이 날듯 하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1996년 대학 시절 선배의 집이었다. 대학생의 자취집에 오디오 데크를 두고 살던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기억된다. 일문학을 전공하던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디오에 관심을 보였던 난 일본 음악 CD 몇 점을 발견한다. 아마 당시 인기 있던 아무로 나미에나 X제팬 등 조용히 물 건너온 일본 CD가 불법 거래되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하지만 선배는 일본을 넘나들며 위의 CD와 생전 처음 보는 ZARD라는 그룹의 CD를 구매해 오디오 데크함에 소장하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 어린 청년은 ZARD에 살짝 빠진 것이다.


이전 글을 확인한 구독자라면 아실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초 국내 가요계 여가수하면 청순미를 지닌 강수지가 가장 많은 남학생 팬덤을 이끈 시기였다. 그 와중에 강수지와 흡사한 청순한 이미지에 음색마저 비슷한 일본 그룹 ZARD의 메인 보컬 사카이 이즈미를 알게 된 건은 천지가 요동칠 일이었다. 여건상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의 시기라 CD는 구입할 수 없었고 선배의 CD를 빌리거나 소리**를 통해 그녀의 앨범곡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름 히라가나를 공부하며 일본어 읽기는 가능했기 때문에 CD로 음악을 들으며 종종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 가수의 실물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도 해보던 때였다. 지금이야 너튜브로 그녀의 영상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지만 아마 그 당시는 팬들끼리 모여 비디오 감상회를 하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한국 드라마 반올림 1에도 번안곡으로 쓰였다는 '지지 않고서'는 -마케나이데-들을 때마다 새롭고 해맑은 그녀의 눈망울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온다.


그렇게 많은 기간 일본에 갈 수 있었고, 가보았기 때문에 용기만 있었다면 그녀의 공연을 보았을 텐데 생각할 때마다 후회막급이었다. 이런 희망을 대신한 것이 일본 문화 개방 후 소량이었지만 사카이 이즈미가 ZAED의 멤버로 참여했던 CD앨범을 구입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델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가수의 꿈을 이룬 가수 사카이 이즈미. 베일에 가린 활동을 펼쳤던 그녀는 건강이 악화될 즈음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그녀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이어갔다.


콘서트 중에 발견된 낭종의 치료. 이후 발견 된 암을 극복하기 위해 병마와 싸우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의지를 꺽지 않던 사카이 이즈미. 개인적으로 그녀가 아팠던 시절 '일과 학업'에 매진하다 보니 그녀에 대한 관심을 덜 가진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늘 맘이 지치고, 일에 대한 확신이 안 설 때 찾아 듣던 그녀의 노래들. 일본 가수를 좋아한다는 비아냥도 가끔 듣긴 했으나 생에 유일하게 좋아하던 일본 출신 가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러운 비보를 전해온다. 2007년 5월 27일 입원 중이었던 병원 3미터 높이의 난간에서 실족사를 당하고 만다. 그녀의 쾌유, 컴백을 기다리던 팬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이젠 CD 혹은 영상을 통해서만 환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후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는 치러진다. 그녀의 제작사였던 '빙'은 사후 그녀의 미발표곡을 공개하고, 커버 밴드까지 탄생시키며 이미 고인이 된 그녀의 작품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는다는 질타도 받곤 했다. 40년의 짧은 생에 20년 정도의 음악 활동을 해오며 수많은 팬덤을 만들어 낸 사카이 이즈미. 일본을 비롯해 생전 한국팬들에게 또한 감사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또한 '겨울 연가'를 감명 깊게 보았고, 사망 직전 일본 개봉 예정인 '편지'의 박신양 배우와 듀엣곡을 부를 예정이었다는 후문까지 있었다. 아직도 다양한 기술로 환생하는 그녀의 영상, 음성이 상업적 이익을 떠나 ZARD의 사카이 이즈미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지속적인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팬 중 한 명인 필자가 원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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