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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Jan 12. 2022

임산부로서 1차 백신인간이 된 심정

험난했다 백신의 길

억울하다.

어쨌든 코로나 백신 1차 예약일을 4일 정도 앞두고

임신 소식을 알았으니, 그땐 백신을 취소하고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잔여백신을 잡으려 애썼을 때도 무참히 실패했었고.

그 결과 나는 임신 4개월째 0차 백신 인간으로 살아왔다.


막상 맞으려니 병원에선 개인의 선택이라 하고,

주변 여론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백신이 더 무섭다, 임상 결과가 부족하다, 백신을 맞고 태아가 나와 성장한 사례가 부족하다.

vs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나는 후자의 생각이 더 강한 사람이었고 맞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언제쯤 백신을 맞아야 할지 2차 고민이 또 발생했다. 16주를 넘겨야, 20주를 넘겨야, 24주를 넘겨야... 아무도 정확한 답은 몰랐다.


결국 20주에 맞춰 1차 화이자를 예약했고, 나는 12월 23일 동네 소아과 병원에서 화이자 접종을 마쳤다. 그리고 일주일 이상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주 길고 긴 고민 끝에 접종을 한 거였기 때문에 기록도 잘 남겨놓자 하고, 접종 가기 전 체온을 재고 밍고 심장소리도 들어보며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갔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소아과는 어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백신 맞으러 갔다가 코로나 걸리겠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검사하려는 사람 줄까지 섞인 듯했다. 호랑이방과 토끼방은 화이자방과 모더나방으로 바뀌어 있었고, 서류 접수를 한 뒤 15분가량을 기다렸다가 접종을 받았다.


예약할 때 한 번, 접수할 때 한 번 임산부 표기를 했지만

정작 접종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은 임산부인 걸 모르고 주사를 놔주셨다.(;) 20주인데 타이레놀 먹어도 되죠? 했더니 임산부셨냐 잠시 움찔했다가, 주수 잘 맞춰 잘 왔다며 조금이라도 아프면 참지 말고 약을 먹으라고 했다.


15분 간 이상 반응이 없는지 살피고, 1층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오마쥬한 타세놀을 구매했다. 고생했다 나 자신(?) 토닥이기 위한 과일과 조각 케이크를 들고 집에 들어와 케이크 하나를 해치웠다. 화이자 1차는 증상이 별로 없다더니, 실제로 열도 나지 않고 팔도 주사 부분을 눌러야 아픈 정도였다.


그렇게 아무 증상 없이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려고 접종을 받은 것은 아닌데, 지금 이 시점에서 백신 패스가 생겨나 나는 아무 곳도 못 가는 사람이 되었다.

(도서관이든 전시회든 카페든 식당이든 못 가는 백신 패스 무인간이었는데, 오늘 속보로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제한되면서 정말로 랜선 인간이 되었다)

1월 13일 2차 접종을 하고 14일을 더 기다려야 세상에 나갈 수 있다.


1차 백신 맞았다고 하면 주변에서 모두가

임산부가 맞아도 돼???라고 묻지만 그만 물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심정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누구보다 내가 4개월 넘게 고민하고 맞은 거니까.


p.s 밍고 태동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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