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녀갔다
엄마가 아이를 가진 아이를 보다니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던 엄마가 경기도 우리 집을 다녀갔다.
내가 임신을 해서 온 것만은 아니다.
토요일로 정해져 있던 볼일 때문에 내가 임신하기 전부터
서울에 올라와야만 한다고 말했었다.
공사가 다망해서 그냥 볼일만 보고 내려갈까 하다가
당신 딸이 임신을 했다 하니,
처음으로 장만했다는 집 구경도 하고(벌써 입주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임신한 딸은 잘 사나, 괴롭다던 소양증은 어떠한가 보러
경기도까지 와서 주말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소양증 자국 때문에 마음 아파하면 어쩌지 했는데
엄마가 오는 날의 딱 전날부터 갑자기 피부가 좋아졌다.
밤중에 가려운 것은 여전했지만 붉은 기가 사라져 낮에는 살만 하게 되었다.
집 청소나 끼니는 어쩌지 했는데 짝꿍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 해결해놓았다.
엄마가 온 후부터 갈 때까지 나는 어리광이나 부리며
산책할 때 빼곤 계속 누워서 수다를 떨었고,
짝꿍은 평소처럼 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짧은 1박 2일이 지나고 기차를 타며 나에게 전화한 엄마는,
짝꿍에게 고맙다며 안심하고 맡기고 갈 수 있겠다 했다.
걱정 투성이었는데 다 사라졌다고 했다.
엄마한테는 난 항상 아이인데
아이가 아이를 가지니 얼마나 걱정이었을까.
자꾸 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