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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Oct 15. 2021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8주 차 심장소리를 듣고 와서

생긴 게 무표정이 기본 탑재되어서인지

목소리가 저음이라서인지

매사에 참 덤덤하고 씩씩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모르는 소리다.


나는 백조 같은 사람이다.

수면 위에서는 덤덤하고 천천히 흘러가듯 떠다니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으로는 세상 복잡한 걱정 고민을 하고 있다.


무엇이든 미리 걱정하고 준비하는 게 생활화된 사람이다.

감기 기운이 있다 싶으면 점심을 패스하고 병원에 가서

미리 링거를 맞고 오곤 했다.


그런데 임산부가 되고 나니 걱정만 할 수 있고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나 안정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참 대책이 없다.

오늘 오전 10시에 산부인과에 가기 전까지의 내가 그랬다.

심장소리를 들으러 가기 전,

입덧도 변비도 소양증도 쏙 들어가서

이런 증상들이 다 없으면 안 좋은 거 아닌가

(있어도 걱정할 거면서)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머리카락만 매만지며 초음파를 봤다.


걱정이 무색하게 2주 만에 2등신이 되어 불쑥 커버린 밍고를 보고, 밍고의 힘찬 심장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2주 후에 다시 오라는 말씀에 또 2주 동안 걱정인형이 되겠군 예상하며 병원을 나섰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던데, 엄마의 마음은 걱정 투성이다.

8주 차의 밍고. 1.5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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