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링반데룽(Ringwanderung) 현상

by 작가의숲

2025년 추석날 아침


처음에는 그저

오빠의 산책이 길어진다고 생각했다


아침 7시에 첫 번째 약을 복용한 이후

산책을 나갔는데

10시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중이었다

평소에도 궂은날에

오랜 시간 산책을 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약을 복용해야 하는 시간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오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온가족이 찾았지만

오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급기야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고

순찰차가 막 집에 들어서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집 앞 야산 기슭에서

창백한 얼굴로

거의 탈진하다시피 한 오빠를 찾았다

평소 잘 다니지도 않던 산길로 가서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헤맨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오빠는

링반데룽(Ringwanderung) 현상에

빠졌던 듯했다


산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계속 맴도는

귀신에 홀린 듯한

그런 경험을 한 것이다


오빠의 얼굴에는

'드디어 고향에 왔다'는 듯

기쁨에 가득차 있었다


한가위라서 그런지

그런 와중에도

산에서 주운 알밤 두 개가

주머니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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