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단호박의 타는 목마름

by 작가의숲

유월말

경주의 한낮 기온이

37.5도까지 오르더니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됐다


나름 기대했던 장맛비도

두어 번 오고는 끝났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견디기 어려운 날씨였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텃밭을 둘러보다가

누렇게 변해버린

단호박 넝쿨을 발견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샛노란 속살이

고구마만큼이나

달고 맛있어질 텐데

그새를 못 견디고

죽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오빠, 단호박 잎이

죄다 누렇게 변했는데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랬더니

조금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볏짚이 살아날 수 있겠나?"


오빠는 정말 단호박이었다

달콤 살벌하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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