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오늘은 '도깨비' 같은 날

by 작가의숲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좋았다


밖에서 산책하던 오빠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밖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은 등산하기 좋은 날

산책하기 좋은 날

소풍 가기 좋은 날"


내가 들었으면 하는

그런 느낌을 가득 담아

노래하듯이 말하는 중이었다


몸의 통증과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어디든 가고 싶다는

오빠의 시적 표현이라고나 할까


마음이 아팠다


오빠는

몸의 컨디션에 따라

갑자기 기분이 좋았다가도

어느 순간 화를 내기도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낮도깨비 같은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그럴 때면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명대사가 생각나곤 한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만큼

아름답지 않다


나의 시간은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오빠의 좋은 날이

나에게는 너무 바쁜 날이기도 하다


그래도 언젠가

'오빠와 함께 했던

나의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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