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곰이 없는' 곰농장

by 작가의숲

오래전

오빠는 곰농장을 꿈꾸었다


곰농장은

곰을 키우는 농장이 아니라

농장 이름을

그저 곰농장으로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실제 오빠는 소를 키웠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동네에서 뚝 떨어진

우리집 땅에 농장을 짓고

비행기로 제주도까지 날아가

서른 마리 넘는 송아지를 사 왔다


그 당시만 해도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오빠는

소를 키우는 데는 탁월했지만

돈을 버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건축일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더니

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로

열심히 경력을 쌓아갔다


실제 인근 동네에서는

사람 좋고

솜씨 좋기로 유명했다


그렇게 번 돈은

자신을 위해 쓰거나 하지 않고

지인들의 술값으로 다 나갔다


그때도 오빠의 꿈은

곰농장이었다


곰이 있든 없든

곰농장이라 이름 붙이는 건

어디까지나

주인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게나

자유의지를 갖고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몸도 마음도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사실 지금이라도

오빠의 꿈을 이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내일이라도 당장

'곰농장'이라는 작은 간판을

만들면 그만이다


어쩌면 꿈이란 게

늘 멀고 높고 아득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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