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밥을 잘 저어주세요

by 작가의숲

"오빠, 밥이 다 되면

밥솥이 '밥을 잘 저어주세요'라고 하거든

그때 밥 좀 저어주세요"


밥을 안쳐놓고

나가야겠다 싶어

오빠에게 밥을 부탁했다


"못 저을 걸"


스스로 예상하건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왜?

그냥 저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안 저으면 밥이 떡처럼 돼"


"잊어버릴 것 같으니까"


밥을 안친 후

오빠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오빠는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어느 날

밥을 저어달라고 부탁한 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더니

정말 깔끔하게

밥을 잘 저어뒀던 적이 있었다


"오빠,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밥을 저었지?"


오빠는

아주 쉬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시멘트 모르타르 만들 때

삽으로 섞는 것처럼

요래요래 했지"


역시 오빠는

응용력도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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